[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위안화 국제화 성공하려면 '사드 보복'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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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전형적인 '테일 리스크'
시진핑, 위안화 국제화 최우선 추진
신흥국 중 한국 상징성 커 포함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시진핑, 위안화 국제화 최우선 추진
신흥국 중 한국 상징성 커 포함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위안화 국제화 성공하려면 '사드 보복' 풀어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710/07.14213021.1.jpg)
리스크 이론에서 사드 보복은 전형적인 ‘꼬리 위험(tail risk)’에 해당한다. 정치·경제·사회 현상은 특정한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鐘) 모양의 정규분포로 설명한다. 꼬리 위험이란 정규분포의 양쪽 끝 부문으로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위험을 말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위안화 국제화 성공하려면 '사드 보복' 풀어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710/AA.15078894.1.jpg)
피해액이 막대한 만큼 사드 보복이 풀린다면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18기 당 대회를 통해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덩샤오핑(鄧小平)과 비교된다. 덩샤오핑은 ‘도광양회(韜光養晦: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운다)’를 강조한 데 비해 시진핑 주석은 ‘대국굴기(大國起: 경제 위상을 널리 드높인다)’를 추구해 왔다.
대국굴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은 취임 이후 △홍콩 딤섬본드 기채 허용 △동남아 무역 위안화 결제 △역외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주요국과 통화스와프 연중 체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중국형 국제결제시스템(CIPS) 구축 △위안화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편입 순으로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추진했다.
작년 말 기준 세계 실물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를 넘어 명실공히 미국과 함께 ‘G2 체제’(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차이메리카’라 부른다)를 구축했다. 하지만 무역 등 국제결제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화에서 위안화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다.
하지만 위안화 국제화 과제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달러, 유로 등 선진국 통화는 국제결제와 각국 외환보유에서 위안화보다 높은 위상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도권 다툼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위안화 국제화 추진 대상국은 신흥국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신흥국에서 한국의 위상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 무역(수출+수입)규모 8위, 외환보유액과 시가총액은 각각 9위와 8위다. 20K-50M(1인당 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 명) 클럽에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입했다. 세계 모든 국가 중 10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외형상 경제 규모만 따진다면 선진국이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에 한국이 빠진다면 상징성이 크게 줄어들고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가 힘들어진다. ‘스위트 스폿’이 빠진 던킨도넛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지난 통화스와프 협상이 어떤 반대급부 없이 연장된 것처럼 당장은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사드 보복이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형성된 배경이자 근거다.
분위기와 여건도 좋다. 다음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 때 한국에 사드 배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사드 보복을 철회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방중에 이어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중국 쏠림 정도는 지나치게 높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유커에 의한 윔블던 현상(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자국 선수인 영국인보다 외국 선수가 우승하는 횟수가 더 많은 것에 비유한 용어)’이 심하다. 최소자승법 등을 통해 2014년 12월 원화와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뒤 두 통화 간 상관계수가 0.8에 달할 만큼 높게 나온다.
사드 보복이 풀리는 것과 관계없이 한국 무역과 기업 진출에서 중국 쏠림 정도를 시급히 줄여나가야 할 때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유커 윔블던 현상도 완화해 나가야 한다. 그 방안만이 신냉전 시대에 자국의 실리 관계에 따라 한순간에 바뀌는 국제정세에서 우리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