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이 '진퇴양난' 기업들
유턴 기업 경영환경 악화
국내로 돌아온 에코시계, 근로시간 단축 등에 발목
2018년 월 인건비 3천만원 올라
4년 만에 중국 재진출 검토
중국 간 기업들, 국내 안 와
대기업 따라 베트남·인도행
"현실적인 지원책 쏟아내야"
◆‘오(五)중고’에 역(逆)유턴 고려
인건비 상승, 환경 규제 강화 등 중국발(發) 악재에 피해 기업이 속출하고 있지만 신성메이저글러브처럼 국내 유(U)턴을 결정한 경우는 극소수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 가치가 주는 이익보다 국내 기업 환경 악화로 인한 어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①최저임금 인상 ②법인세 인상 ③근로시간 단축 ④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⑤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기업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
경영환경 악화로 아예 중국으로 되돌아가려는 ‘역유턴’ 기업도 있다. 시계 부품업체 에코시계는 ‘글로벌 명품을 만드는 숨은 조력자’로 꼽힌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에 속해 있는 시계 브랜드 위블로, 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 등에 세라믹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 업체는 중국 선전에서 공장을 운영하다가 2013년 경기 광주로 유턴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더 신뢰를 준다는 이유에서 제조비용 인상을 감수하고 한국으로 온 것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 생산 물량을 줄여 현재는 생산량의 90%를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 중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 달 인건비가 3000만원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근로 시간 단축도 골칫거리다. 잔업과 특근을 원하는 직원들마저 업무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인력을 더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 채용을 하려고 해도 뽑을 인력도 없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려는 젊은이들이 없어 지금도 구인난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고 해도 법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은 고용이 불가능하다. 물량의 90%가량을 스위스에 납품하는 수출 기업의 특성상 한국 경영 사정을 이유로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할 수도 없다.
고영곤 에코시계 대표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 가치보다 인건비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해 공장 이전을 고려 중”이라며 “중소기업은 10~20년 장기적인 기술개발이 필수적인데 근시안적인 정부 정책 탓에 기업 영속성을 이어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기업 따라 제3국으로 떠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베트남·인도 등 국가로 이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01~2005년 기준 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48.5%, 베트남은 3.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2016년 기준으로 보면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33.2%로 감소한 반면 베트남은 10.7%로 증가했다.
값싼 인건비를 좇아 베트남 인도 등으로 이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고려해 따라 나가는 경우도 많다. 휴대폰 전자부품업체 유아이엘은 한국과 중국 공장에 이어 인도에 공장을 신설하기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 111억원을 출자해 인도 현지법인인 ‘유아이엘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김상주 유아이엘 대표는 “인도로 가는 것이 고객사 유치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인도에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며 “신설 법인은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턴 기업을 유치해 국내 고용,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구심력이 있는 글로벌 대기업 유치 및 국내 대기업 유턴 모델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아직 사례를 찾기 힘들다. LG전자가 멕시코 몬테레이 세탁기 공장의 생산 물량을 줄이고 이를 창원 공장으로 돌린 게 유일하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