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시작하자마자 ‘1인 지배체제’ 강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공산당은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여섯 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모든 정치국위원이 시 주석에게 업무보고를 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2기 지도부가 출범한 후 단행한 첫 중앙 및 지방정부 인사에선 시 주석 측근이 잇따라 발탁됐다. 시 주석으로의 권력 집중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1인체제 구축 일사천리… "리커창도 시진핑에 업무보고 하라"
◆집단지도체제 유명무실화 신호탄

새 지도부를 꾸린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27일 첫 회의를 열어 ‘당 중앙 집중 영도 강화에 관한 약간의 규정’을 통과시켰다. 스물다섯 명 정치국원 모두가 당 총서기인 시 주석에게 매년 서면으로 업무를 보고하도록 바꾼 게 핵심이다.

국무원, 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법원, 검찰 등 5대 기관의 당위원회가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업무보고하던 것을 정치국원 개인이 총서기에게 직무와 관련한 사항을 보고하도록 개정한 것이다.

적용 대상엔 리 총리를 비롯한 상무위원 여섯 명도 포함됐다. 사실상 상무위원 간 상하관계를 명시한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1982년 도입한 집단지도체제에선 총서기 역시 다른 상무위원과 동등한 권위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1인 지배체제를 추진해온 시 주석이 집단지도체제를 깨기 시작한 셈이다.

이번 회의엔 25일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에서 선출된 일곱 명의 상무위원을 포함해 정치국원 스물다섯 명 전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통일된 영도 아래 직책과 업무를 수행하고 당의 핵심으로서 시진핑 총서기의 지위를 굳건히 수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중앙 요직 잇달아 ‘시자쥔’ 발탁

29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도부 개편에 따라 단행된 후속 인사에서 시 주석의 ‘절친’으로 불리는 천시 공산당 중앙조직부 부부장이 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칭화대 화학공정과 동창이자 기숙사 룸메이트로 시 주석과 2층 침대 위아래 칸을 나눠 쓴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조직부장은 공산당의 인사와 조직 관리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다. 전임자인 자오러지(趙樂際) 부장이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에 임명됨으로써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170만 명의 경찰을 관장하면서 정치범 단속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경찰청장엔 자오커즈 허베이성 당서기가 내정됐다. 그는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신임 상무위원에 진출한 자오러지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측근이다. 부패 척결에 앞장서 시 주석의 신임을 받고 있다.

경찰, 검찰, 법원, 정보기관 등을 총괄하는 사법 부문 수장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엔 궈성쿤 정법위 부서기 겸 경찰청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상하이방 출신이지만 시자쥔(習家軍: 시 주석 측근 그룹)으로 분류된다.

◆5대 지방정부 수장도 측근이 점령

네 개 성의 당서기 인사에서도 시자쥔이 두 곳의 당서기를 차지했다. 국가 부주석이나 국무원 부총리로 옮길 것으로 예상되는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 후임엔 리시 랴오닝성 서기가 임명됐다. 리 서기는 2006~2011년 옌안시 서기를 지낼 때 시 주석이 하방(下放: 지식인을 노동 현장으로 보냄) 생활을 했던 량자허촌의 관광지 개발을 주도했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파인 원자바오 전 총리 계열인 유취안 푸젠성 당서기 후임엔 위웨이궈 푸젠성 성장이 올랐다. 리 서기의 이동으로 천추파 랴오닝성 성장이 당서기에 올랐고, 왕둥펑 톈진시 시장은 허베이성 당서기로 승진했다.

신임 상무위원에 오른 한정(韓正) 상하이시 당서기 후임엔 리창 장쑤성 서기가 배치됐다. 리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로 재직할 당시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가 상하이시 당서기로 임명되면 차이치 베이징시 서기, 천민얼 충칭시 서기, 리훙중 톈진시 서기 등 중국 4대 직할시의 당서기를 시 주석의 친위세력이 장악한다. 리시 광둥성 서기와 함께 중국 5대 지방정부의 수장을 모두 시자쥔이 점령하는 것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