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낙마를 '희생'이라 한 새 헌재소장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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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국회에서 거부 당했는데…
'헌재 중심적 인식' 아닌가
"신중치 못한 표현" 비판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국회에서 거부 당했는데…
'헌재 중심적 인식' 아닌가
"신중치 못한 표현" 비판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서울 재동에 있는 헌법재판소 건물 정문을 지나 본관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분수와 계단이 설치돼 있다. 차를 타면 크게 반원을 그려야 하고, 걸어가면 분수 양쪽의 계단을 거쳐 둘러 가야 본관에 닿는다. 건물 리모델링에 참여한 이명식 동국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재판관들이 출퇴근하면서도 ‘한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달라’는 국민 바람을 담아낸 설계”라고 설명했다.
법률 지식 못지않게 재판관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신중함이다. 국가와 통치의 근본인 헌법에 대한 그들의 고뇌에서 나라의 품격과 미래가 결정된다. 헌재 좌장인 소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지난 주말 헌재소장 후보자로 전격 지명된 이진성 재판관의 신중하지 못한 ‘첫마디’는 우려스럽다.
후보자로 지명된 날 퇴근길에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그는 “동료의 희생을 딛고 지명받게 돼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말한 동료는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다. 김 대행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것을 ‘희생’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여러 정치적인 정황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헌재 중심적’ 인식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헌재소장 후보자가 ‘조폭의 언어’를 썼다는 날선 비판까지 나온다.
재판관들의 ‘의리’는 지난 9월 김 후보자가 낙마한 후 열린 간담회 때도 입방아에 올랐다. 당시 헌재는 “간담회에서 재판관 전원은 김이수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계속 수행하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간담회는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한 재판관 회의와 다른, 규정에 없는 형식이다. 재판관들이 굳이 한자리에 모여 한마음을 공표한 그 자체로 민의를 거스른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고위 인사는 “재판관들의 ‘헌재 사수’ 의지와 의리가 감탄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청문회를 앞둔 이 후보자가 혹여 김 후보자 전철을 밟는다면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진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서 헌재의 명예와 신뢰가 결정된다는 엄중한 인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법률 지식 못지않게 재판관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신중함이다. 국가와 통치의 근본인 헌법에 대한 그들의 고뇌에서 나라의 품격과 미래가 결정된다. 헌재 좌장인 소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지난 주말 헌재소장 후보자로 전격 지명된 이진성 재판관의 신중하지 못한 ‘첫마디’는 우려스럽다.
후보자로 지명된 날 퇴근길에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그는 “동료의 희생을 딛고 지명받게 돼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말한 동료는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다. 김 대행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것을 ‘희생’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여러 정치적인 정황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헌재 중심적’ 인식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헌재소장 후보자가 ‘조폭의 언어’를 썼다는 날선 비판까지 나온다.
재판관들의 ‘의리’는 지난 9월 김 후보자가 낙마한 후 열린 간담회 때도 입방아에 올랐다. 당시 헌재는 “간담회에서 재판관 전원은 김이수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계속 수행하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간담회는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한 재판관 회의와 다른, 규정에 없는 형식이다. 재판관들이 굳이 한자리에 모여 한마음을 공표한 그 자체로 민의를 거스른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고위 인사는 “재판관들의 ‘헌재 사수’ 의지와 의리가 감탄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청문회를 앞둔 이 후보자가 혹여 김 후보자 전철을 밟는다면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진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서 헌재의 명예와 신뢰가 결정된다는 엄중한 인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