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기차·자율주행차 늘려 소비자 다양한 요구에 부응"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1039만 대를 판매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현재 주력 차종은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17 국제자동차전시회(IAA·일명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전기차 전략 ‘로드맵 E’를 발표했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수십 년 이어져 온 산업 구조를 바꾸겠다”며 “2025년 전 라인업의 4분의 1을 전기차로 채우고 연간 3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팔아 이 부문에서 세계 1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200억유로를 투자해 80종의 전동화(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전기 구동) 자동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 현장에서 폭스바겐그룹 율리히 아이크혼 연구개발(R&D) 총괄(왼쪽), 요한 융비르트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오른쪽) 등을 만나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아이크혼 총괄은 “다양한 차종을 확보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그룹 전략의 큰 줄기”라며 “모든 차종을 완전히 전기차로 바꾼다는 게 아니라 일부는 전기차, 일부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등 다양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는 2025년께 업체 간 가격 경쟁으로 인해 구매 비용이 많이 떨어질 것이며 성능은 계속 좋아지면서 시장이 급속히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크혼 총괄은 “폭스바겐그룹은 수십 년간 자동차를 만들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스코다에서 아우디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갖추고 있어 현재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 테슬라 같은 신생 전기차업체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세계에서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이다. 2015년 기준 136억유로(약 17조8000억원)로 2위 삼성전자(125억유로·약 16조4000억원)를 앞섰다. 아이크혼 총괄은 “당분간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 모빌리티(이동성), 커넥티드카 등에 모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R&D 투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드웨어에 집중해온 투자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에서도 늘려야 하며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면서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큰 숙제”라고 말했다.

융비르트 CDO는 “폭스바겐은 70년 넘게 하드웨어 부문에서 강점을 유지해온 회사이지만 앞으로 5~10년 사이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 하드웨어 위주의 성장 모델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성패가 달렸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그룹은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의자 네 개가 마주보는 형태의 박스형 자율주행 전기차인 세드릭을 선보였다. 이 세드릭을 활용해 유럽 등 몇 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그룹은 또 세드릭 등 다인승 전기차를 활용한 이동 서비스 브랜드 ‘모이아’도 최근 출범시켰다.

융비르트 CDO는 “모이아의 목표는 대중교통을 어떻게 더 나은 방식으로 제공할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며 차량 소유자가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께는 세드릭 등을 활용한 모이아 서비스를 상용화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기술은 폭스바겐그룹을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통합 이동수단 서비스 제공업체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