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Times의 확대경] 인간의 눈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카메라
1839년 8월19일은 카메라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이다. 파리의 무대 디자이너이자 인쇄기술자인 루이 자크 다게르가 프랑스 학사원에서 열린 과학 아카데미 회의석상에서 30분 만에 사진이 나오는 위대한(?) 발명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과학자들은 카메라를 ‘조물주가 만들어낸 위대한 마법’이라며 극찬했지만 화가들은 ‘회화의 죽음’이라며 강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마차 시대를 자동차가 종결시켰듯 카메라가 곧 그림을 밀어낼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게르는 개의치 않았고, 이후 카메라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다양한 곳에 쓰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 활용되는 카메라는 크게 전방, 후방, 적외선 등이 쓰인다. 이 가운데 먼저 등장한 것은 후방 카메라인데, 첫 번째 후방 카메라는 1956년 뷰익 센추리였다. 이전에는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해 경고음을 올려주는 기능이 전부였지만 센추리에 카메라가 달리며 자동차 또한 카메라산업의 적용 분야로 인식됐다. 하지만 카메라가 크고 무거운 데다 찍은 영상 처리 속도가 느려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돼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다 1991년 도요타는 리어 스포일러에 카메라를 달고, 촬영된 영상을 센터페시어에 부착된 모니터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며 후방 카메라에 다시 주목했다. 그 사이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는 뜻이다. 이후 2000년 4월 인피니티는 뉴욕모터쇼에서 Q45 플래그십에 리어뷰 모니터를 도입했는데, 트렁크에 부착된 카메라 영상을 7인치 LCD 모니터에 전송하는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 카메라 영상을 디지털 정보로 처리해 전송하는 것이어서 장치의 소형화가 가능했다.

이 외에 적외선 카메라로 불리는 나이트 비전도 비슷한 시기인 2000년 캐딜락 드빌에 처음 적용돼 관심을 끌었다. 캐딜락은 라디에이터 그릴 뒤에 적외선 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야간에 유용하도록 드빌을 설계했는데, 센서로 감지된 장애물이 컴퓨터로 처리된 후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전면 유리에 표시됐지만 유용성 면에서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아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용 카메라가 다시 뜨고 있다. 자율주행차로 넘어가는 단계에선 영상 정보를 얻는 카메라가 반드시 필요해서다. 또한 사고 때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영상 기록 장치라는 점에서 블랙박스에도 널리 활용된다. 일명 대시캠으로 불리는 블랙박스는 원래 러시아에서 부패한 경찰을 찾아 보험사기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등장했지만 지금은 각 나라에서 안전 용품으로 일반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생산되는 4.5t 이하 모든 차에 단계적으로 후방 카메라를 장착하도록 했다. 후방 카메라 탑재로 추돌사고가 크게 감소한다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Auto Times의 확대경] 인간의 눈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카메라

또한 사이드미러가 없는 미러리스 자동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기 저항 감소에 걸림돌인 사이드미러를 없애는 대신 카메라로 거울 역할을 대신하면 효율을 높이는 만큼 배출가스도 줄일 수 있어서다. 나아가 이제는 ADAS 분야로도 카메라가 진출했다. 지능형 운전자 지원 시스템이 완성되려면 ‘카메라’가 필수 항목이다. 주행 정보를 읽어내는 기능으로 일종의 눈(eye) 역할이어서다. 보이지 않는 부분은 전파로 탐색하지만 보이는 곳은 카메라의 정확도가 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게르의 아날로그 카메라가 이제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눈이 100개 달린 ‘아르고스의 눈’으로 변해가는 셈이다.

권용주 <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