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SUV 코나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조립라인. (사진=현대차)
소형SUV 코나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조립라인. (사진=현대차)
현대·기아자동차가 2017년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다. 현대차는 새 노동조합 집행부 선거 일정으로 두 달간 교섭을 갖지 못했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1심 판결, 집행부 선거 등 산적한 이슈들로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현대·기아차는 올들어 3분기까지 경영실적 악화, 중국·미국 판매 하락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남은 4분기 현대·기아차가 다시 건강한 기업의 모습을 되찾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11월 예정된 노사 교섭 결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양측이 서로 배려하고 타협하는 모습에서 회사 경쟁력 제고에 힘을 합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노사는 31일 울산공장에서 잠정 중단된 임단협 교섭을 재개한다. 지난 8월28일 새 집행부 선거 일정 등으로 노조 측이 교섭 중단을 선언한지 2개월 만에 이뤄진다.

하부영 노조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7대 집행부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사항인 기본급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과 16개 별도요구안, 단체협약 개정 37개 항목, 별도회의록 제·개정 20개 항목에 대해서 지난 30차 교섭까지 합의된 사항은 수용하고 미합의 된 사항을 중심으로 교섭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단체교섭 미타결 쟁점 사항으로는 정년 연장, 상여금 750%→800%로 인상, 2교대 포인트 연 50만~100만원으로 인상 등 단체협약 개정요구와 함께 성과급 순이익의 30%(우리사주 포함), 완전 8+8 주간연속 2교대 도입, 해고자 원직복직 및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별도요구안에 포함됐다.

미해결 사항 중 주간연속2교대 관련해선 생산 현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 현장의 의견과 내용을 수렴해 내년 교섭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달 집중 교섭에 나서게 될 노사 양측이 피로도 없이 조기 임단협을 타결 짓는다면 4분기 이후 실적 반등을 모색해 볼 수 있다. 파업 없이 대화로 원만하게 합의한다면 분위기 반전도 가능해진다. 다만 노조 측은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지만 사측이 전향적 자세로 나오지 않으면 파업보다 더 강력한 방법을 사측을 압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랜저(IG), 코나, 제네시스 G70 등 올해 신차 효과를 타고 있는 신모델은 공장을 정상 가동해야 공급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 노조 입장에서도 차가 잘 팔리고 회사가 이익을 더 남겨야 결국 더 많은 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해외공장 대비 국내공장의 생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진단과 지적이 나오는 시기여서 노조는 냉철한 눈으로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현대차 노조 설립을 주도한 이상범 전 노조위원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노조가 업무 강도를 낮추려고 물량 조절이나 인력 재배치를 사측 마음대로 못 하게 해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노조끼리의 잔치는 유지될 수 없다"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노조도 이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쟁만이 능사는 아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 완성차의 임금 경쟁력이 타 경쟁 업체보다 낮아 판매 및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결국 업계 손실은 노동자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