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위선 견디는 '88만원 세대'의 유쾌한 반격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루저라고 해서, 미래가 암담하다고 해서 사람 자체까지 잿빛인 건 아니잖아요. 그동안 청춘들을 너무 어둡게만 덧칠한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요새 청춘들, 약간은 냉소적이지만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존재들이거든요.”

부당·위선 견디는 '88만원 세대'의 유쾌한 반격
유쾌하다. 30일 서울 서교동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만난 손원평 작가(38)가 내뿜는 분위기는 그의 새 장편 《서른의 반격》(은행나무)과 꼭 닮아 있었다.

《서른의 반격》은 지난해 《아몬드》로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문단과 대중 모두에 호평받고 화려하게 데뷔한 손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88년생으로 올해 서른 살이 된 주인공 김지혜의 ‘기성세대를 향한 반란기’다. 대기업 아카데미 인턴사원으로 종일 하는 일이라곤 복사하고 의자를 까는 일이 전부인 ‘88만원 세대’ 지혜는 “누군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외치는 규옥과 함께 ‘서른의 반격’을 시도한다.

그들의 반격은 경범죄라기엔 약하고 명예훼손이라고 하기엔 모호한 장난스러운 일침이다. 이를테면 아무 때나 트림하고 방귀 뀌는 매너없는 김 부장에게 ‘방귀 좀 뀌지 마. 트림할 때 입 좀 다물어. 이 가엾은 돼지님아!’라고 쓰인 쪽지를 몰래 건네고, 시나리오를 훔쳐가다시피 한 국회의원에게 날계란을 던지는 식이다. 한국 사회의 부당함과 위선을 향해 변화를 외치는 청춘의 저항을 줄곧 경쾌하게 그린다.

이 소설에서 그가 특히 공을 들인 건 주인공 지혜의 성장 과정이다. 주인공은 불합리한 권위주의와 부딪치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면서 본인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하고픈 말을 건네는 데 성공한다.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하지 않으면 나이가 차면서 어느샌가 권위에 물들게 되는 게 인간인 거 같아요. 지혜와 규옥처럼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청년이 성장하면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 이들과는 다른 모습의 어른이 돼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손 작가는 20대 초부터 소설 습작을 했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는 데 집중했지만 번번이 등단에 실패했다. 지난해에야 등단의 꿈을 이뤘다. 30대 전부를 ‘나이든 청춘’으로 보냈다.

“30대 내내 저는 세상에 나아가기 위해 글을 써야 했어요. 글은 누군가 읽어줘야 비로소 탄생하는 존재인데 읽어줄 사람이 없으니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작품을 완성한 지 2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당시의 괴로운 마음이 이번 작품에 그대로 담겨 있네요.”

2년 새 문학상을 두 번 수상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등단하지 않은 것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한참 일이 안 풀릴 때 글솜씨를 탓하기보다 ‘내가 정말 운이 없구나’라고 되뇌었습니다. 등단한 지금도 ‘진심으로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손 작가는 《서른의 반격》을 통해 독자에게 ‘당신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냐’고 질문하고 있다. 마흔을 목전에 둔 그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을까.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자신이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늘 질문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