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정유 화학시설 단지가 있는 텍사스주 멕시코만 지역이 허리케인 하비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9902억원, 영업이익은 7662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와 19.1%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63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9.8%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개선 요인으로 “2분기 유가 하락으로 구매자 수요가 늘어났고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미국 생산 물량이 감소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하비의 영향으로 미국 내 에틸렌 생산량의 47%인 1800만t 규모 생산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용품이나 기저귀 등 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각종 산업에 쓰여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롯데케미칼은 스타이렌모노머(SM) 등 에틸렌 계열 범용 제품을 주력으로 한다.

주요 자회사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사업장을 둔 롯데케미칼타이탄 매출이 5329억원, 영업이익은 662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첨단소재 매출은 7672억원, 영업이익은 1010억원으로 집계됐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업계 ‘맏형’인 LG화학을 꺾는 데는 실패했다. LG화학은 매출 6조3971억원, 영업이익 7897억원을 기록해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정유업계에선 에쓰오일의 실적 개선폭이 가팔랐다. 에쓰오일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6.1% 증가한 553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5조2118억원으로 26.0%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3987억원으로 132.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0.6%였다.

에쓰오일은 어닝서프라이즈에 가까울 정도로 영업이익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미국 정유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는 정유부문에서 3364억원의 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8.2%를 기록했다. 석유화학부문과 윤활기유부문에서는 각각 905억원(영업이익률 12.9%), 1263억원(31.2%)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