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 치솟는데… 원·달러 환율 안오르는 까닭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1120~1140원의 좁은 박스권 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는 미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과 채권을 지속적으로 매수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달러 강세) 압력을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원90전 내린 1124원60전에 마감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과 채권시장(장외)에서 주식(순매수액 2804억원)과 채권(438억원)을 동반 순매수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 폭도 커졌다”고 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약 7조원 규모의 주식과 채권을 순매수했다. 원·달러 환율은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10일 1140원 밑으로 떨어진 뒤 3주 가까이 1120~1140원에 갇혀 있다.

달러화 가치 치솟는데… 원·달러 환율 안오르는 까닭
올 들어 국제 외환시장에서 하락을 거듭해 온 달러화 가치는 지난달 중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27일 94.916(블룸버그 집계)으로 지난달 8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91.352)보다 4% 가까이 올랐다. 이 수치가 올랐다는 것은 달러화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유럽중앙은행(ECB)보다 빠른 속도로 통화 긴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면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하락한 결과”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세제 개편에 힘입어 미국 경기 회복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도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식, 원자재 등 ‘위험 자산’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국내 경기도 호전되고 있어서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근거로 다음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화 강세 압력도 커지고 있다”며 “북한 리스크(위험)가 고조되지 않는 한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 초·중반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