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으로까지 번진 미국 감세 논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내 대규모 감세안을 처리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는 가운데 미 학계에서 감세안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인 케빈 해셋과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이었던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그 중심에 섰다.

서머스 교수는 방송 인터뷰와 신문 기고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에 지난 22일과 29일자로 낸 기고문에서 해셋 위원장의 16일 보고서를 ‘부정직하고, 불충분하며,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해셋 위원장은 상·하원 예산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법인세 개혁과 임금: 이론과 근거’ 보고서를 냈다. 그는 법인세율이 인하(35→20%)되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확대되면서 가구당 연평균 4000~9000달러에 이르는 소득증대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머스 교수는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와 고용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터무니없이 유리한 자료들만 갖다 쓴 가짜 보고서”라고 혹평했다. 이어 “내 학생들이 이런 보고서를 학기 말 리포트로 낸다면 결코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며 의회 통과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인신공격으로까지 번진 미국 감세 논쟁
또 이미 완전고용에 가깝고, 금리는 역사상 최저 수준이어서 감세가 결국은 금리인상 압력을 가중해 감세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셋이 그런 요인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 CEA 위원장과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등 진보성향 학자들도 트럼프 감세안의 효과 분석이 과장됐고, 부자들을 위한 정치쇼라며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장 출신인 해셋 위원장은 이런 공세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엔 법인세율 인하와 투자세액공제 제도 도입으로 향후 10년간 미국 경제가 3~5% 더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그는 29일 CNN에 출연해 “법인세율 인하가 소득과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연구결과는 이 외에도 많다”며 “소득세 등 다른 세제개편 내용까지 감안한다면 감세 효과는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머스 교수 등이 참여한 세금정책센터(TPC)의 세제개편 비판 보고서에 대해 “과학적으로 옹호할 수 없는 소설”이라고 비난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다음달 1일 감세안을 담은 관련 법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미 공화당 지도부는 하원에서 11월 말까지, 상원에서는 크리스마스 연휴 전까지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헤리티지재단 연설에서 “미국인들에게 대규모 감세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주자”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