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주혁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故 김주혁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술은 잘 안 마셔요, 담배만 피우죠. 많이 태울 땐 하루에 두 갑이요. 건강 생각하면 끊어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 하하."

불과 5개월 전의 일이다. 한경닷컴이 故 김주혁을 만난 건 지난 5월 개봉된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홍보를 위한 인터뷰에서다.

이날도 김주혁은 옷 잘 입는 배우라는 명성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센스있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행동이며 말투는 그가 출연했던 예능 '1박2일'에서 툭하고 튀어 나온듯 했다. 브라운관, 스크린 밖에서도 '구탱이형'과 같았다. 꾸밈없는 소탈한 매력이 반가웠다.

불혹을 넘긴 나이를 짚어 묻자 김주혁은 "숫자만 그렇지 진심으로 저는 30대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위트있게 대답하기도 했다.

앞서 개봉한 '공조'의 성공 이후 처음 내놓는 영화였던 터라 김주혁은 유독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후하지 못했다.

"사실 현장에서 많이 까부는 스타일이에요. 특별한 감정신 아니면 '컷' 하자마자 담배 물고.(웃음) 어차피 연기에 100점은 없지만 90점을 향해 계속 달려나간 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50점에서 올라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1박2일'에 출연했던 경험은 그의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내 성향상 예능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되게 스트레스였다. 내 옷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즐겁긴 하지만 그들에게 민폐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내 속의 무엇인가를 채웠다"라고 회상했다.
故 김주혁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故 김주혁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이처럼 김주혁은 정이 많았다. 인간관계도 깊고 좁은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환경을 별로 안 좋아해요. 한번 친해지면 몇 십 년 동안 봐야하죠. 미용실, 옷 가게, 어딜 가도 단골이 편해요. 사무실도 못 옮깁니다. 매니저 바뀌는 걸 싫어해서요.(웃음) 아마 김종도 나무액터스 대표와 가장 오래 일한 사람이 저일걸요?"

1998년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영화 '싱글즈', '아내가 결혼했다', '좋아해줘', '공조'부터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구암 허준', 가장 최근작인 '아르곤'까지 출연하며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제1회 더서울어워즈'에서 영화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해 기쁨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배우만 계속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었다. 대중이 재미있어 할 역할은 악역이든 선역이든 가리지 않고 도전하겠다고 밝혔다.앞으로 선보일 차기작에 대해 '죽이는 작품'이라며 자신의 업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내년 개봉 될 영화 '독전'은 김주혁의 유작이 됐다.

김주혁은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건국대학교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김주혁의 빈소는 아산병원에 차려질 것으로 보이나 유족 측이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요청한 상태이기 때문에 빈소가 차려지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음성은 녹음기에 생생히 남아 있지만 김주혁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갑작스레 하늘로 떠났다. 아직도 그의 허망한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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