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서 세월호 관련 민사소송 20여건 진행
정부가 세월호 참사 수습 및 피해 보상과 관련한 책임을 물어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아들 대균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이 원 부장판사)는 31일 정부가 유씨를 상대로 제기한 1천878억원대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실질적으로 청해진해운의 대주주 지위에 있던 사정은 인정되지만, 유씨가 세월호의 수리·증축·운항과 그 밖의 청해진해운 경영과 관련해 업무집행지시를 했다는 점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청해진해운 등 계열회사들의 경영을 총괄해온 아버지의 업무집행지시에 유씨가 가담하거나 함께 경영에 관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청해진해운의 임원진 등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씨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과다한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바람에 청해진해운이 부실화됐고 그로 인해 세월호의 안전운항을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정부가 주장하지만, 횡령 범행과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5년 9월 청해진해운을 대신해 이미 지출한 구조료 등 사고 수습비용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라며 유씨를 상대로 430억9천400여만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부 측이 청구 취지를 변경해 소송액을 1천878억여원으로 올렸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은 국가가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을 제공한 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부는 유씨가 세월호 소유자인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서 청해진해운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사들의 업무집행을 지시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가가 지출한 사고수습 관련 비용이나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지급했거나 지급할 배상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씨 측은 청해진해운과 관련해 구체적인 업무집행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2015년 8월 말 기준으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수습에 약 1천878억여원을 지출했고, 향후 확실히 지출할 것으로 예정된 돈까지 포함하면 4천389억여원에 이른다. 다만 법원은 "이번 재판은 유씨 자신이 업무집행지시자로서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에 관한 판단만 한 것"이라며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운항 등과 관련해 책임을 부담하고, 자녀들이 그의 채무를 상속했음을 전제로 한 청구는 다른 사건에서 별도 심리중"이라고 설명했다.
별도로 심리 중인 '세월호 운항 책임' 관련 재판은 12월 22일 열린다.
정부는 2015년 12월 유 전 회장의 자녀인 대균·혁기·섬나·상나씨 등 총 7명을 상대로 1천878억원대 구상금 소송을 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은 20여건에 이른다.
정부는 세월호 선원과 청해진해운 관계자 등 26명을 상대로 1천878억원대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세월호 희생자·생존자 가족 362명도 정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10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편 법원은 지난 2월 정부가 유씨를 상대로 낸 35억4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의 주된 주장은 각하하고 유씨에게 "정부에 7천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청해진해운이 이미 부동산을 양도받는 등 권리를 행사했으므로 정부가 청해진해운을 대신해 유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유씨는 2002∼2013년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세모그룹 계열사 7곳에서 상표권 사용료와 급여 명목으로 73억9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에선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