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가 찍어 올린 아이폰8 배터리 불량 사진. 한경DB
중국 소비자가 찍어 올린 아이폰8 배터리 불량 사진. 한경DB
애플이 지난주 국내 예약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8 시리즈의 주문량이 아이폰7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8의 배터리 결함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고, 아이폰8 대신 후속작 아이폰Ⅹ(텐)을 기다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아이폰8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난 27일 이후 닷새간 주문량은 전작의 60∼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행 열기가 사라지면서 이동통신사들의 개통 행사도 예년보다 축소되는 분위기다.

◆아이폰8, 예약 판매 부진

'아이폰8의 굴욕'… 배터리 불량 논란 속 흥행 실패
KT는 오는 3일 오전 8시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아이폰8 사전 예약자 100명을 초대해 개통 행사를 연다. 지난해 아이폰7 출시 때와 비교하면 경품 혜택 등이 크게 줄었다. SK텔레콤은 초청 인원과 경품 규모 등을 모두 줄였다. 지난해에는 150여 명을 초청해 1호 개통자에게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줬지만, 올해는 40명만 초청하고 추첨을 통해 1등에게 150만원 상당의 경품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도 개통 행사 규모를 지난해보다 축소할 전망이다.

아이폰8 시리즈는 예약 판매 실적도 신통치 않다. 휴대폰 유통점 관계자들은 “판매점이 몰려 있는 서울 신도림과 강변 테크노마트 등에도 아이폰8 시리즈를 예약하러 온 소비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온라인 판매는 일부 이뤄졌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썰렁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아이폰8 시리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예년만큼 뜨겁지 않다. ‘애플 천하’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아이폰8 시리즈 출시 후 닷새간 판매량이 전작 아이폰7보다 31% 감소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아이폰8이 중국 시장에서도 토종 브랜드에 밀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터리 결함 논란도 지속

'아이폰8의 굴욕'… 배터리 불량 논란 속 흥행 실패
아이폰8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이폰Ⅹ과 동시에 공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폰8이 전작 아이폰7과 성능 차별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데다 아이폰Ⅹ과 비교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가 깎였다는 분석이다.

품질 논란에 대한 애플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이폰8 시리즈는 출시 후 배터리 팽창 사례가 10여 차례 보고됐다. 하지만 애플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사후 대책이나 유통점 대응 방안 등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 휴대폰 판매점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30일 애플코리아 측에 ‘아이폰8 스웰링(팽창) 현상 개선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공문에는 국내 출시 제품에 스웰링 현상이 개선됐는지 여부를 비롯해 △불량 제품 발생 시 유통점 대응 방안 △소비자 피해 발생 시 보상 기준 등을 명확히 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배터리 스웰링 현상과 관련해 정부가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정부도 아이폰8 스웰링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아이폰Ⅹ도 부품 공급 차질을 빚고 있어 언제 국내에 출시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이폰Ⅹ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기 전까지는 애플이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