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사과·배의 수난
가을이 깊어지면서 국산 과일의 대표주자인 배와 사과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고 있지만 과일 농가의 표정은 밝지 않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과 수입 과일 소비 증가에 따른 수요 감소로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보다못해 쌀처럼 수급안정대책까지 내놨다. 소비 촉진을 위한 여러 대책도 마련 중이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추석 전후 신고배 15㎏ 가격은 2만8751원으로 평년(2012~2016년) 대비 25.5%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3만6174원)보다도 20.5% 낮은 가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호한 생육환경으로 생산량이 증가한 데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소비 부진 등이 겹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사과 역시 수입 과일 소비 증가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10월 출하량이 전년보다 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농식품부는 쌀처럼 수매자금을 들여 가공용 배 4900t을 매입해 시장과 격리시켜 일반용 배 가격 상승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과수농업연합회 등과 국산 과일 소비 촉진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업무보고에서 “과일농가 판로 확보를 위해 학교 급식 등에 과일을 간식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 345t을 전국 농협 등에서 최대 38% 할인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국산 과일은 외국산보다 혈당지수가 낮은 등 이점이 많아 가격이 저렴해진 지금이 소비를 늘릴 기회”라고 말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배와 사과, 복숭아 등 국산 과일은 대체로 혈당지수가 낮다. 이에 비해 혈당지수가 높은 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은 당뇨나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국산 과일은 비교적 딱딱하지만 오히려 턱근육의 적절한 발달을 돕는 것은 물론 잇몸 등의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준다. 사과껍질에 많이 포함된 수용성 섬유소인 펙틴은 배변활동을 용이하게 해 대장질환 예방에 탁월하다.

특히 배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꼭 챙겨 먹어야 하는 과일로 손꼽힌다. 배는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아 예로부터 갈증을 해소하고 기관지 장애를 극복하는 데 사용됐다. 기침이나 천식으로 고생할 경우 생강, 도라지 등과 함께 달여 먹으면 목과 코의 통증 해소에 효과적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