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1일 발표한 주주환원 방안은 대담하고 파격적이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고 그동안 주주들이 보내준 신뢰에 화답하는 측면도 강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위험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나는 것을 이해하더라도 너무 경직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 속에서 새로운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을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free cash flow)의 절반을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에 사용하겠다고 주주들에게 약속했다. FCF는 매년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에서 비용, 세금, 투자 등을 제외하고 회사에 남는 현금을 뜻한다. 투자를 많이 할수록 줄어드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FCF는 약 2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상 최대로 예상되는 연간 55조원의 영업이익을 크게 밑도는 이유는 평택 반도체공장, 하만 인수 등에 많은 투자금이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 20조원의 절반인 10조원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할 예정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삼성전자의 FCF는 내년에 30조~4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수준의 경영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투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만약 FCF가 40조원에 이르게 되면 무조건 20조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매년 9조6000억원 이상을 배당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올해 실적분에 대한 배당금(4조8000억원)보다 정확하게 100%를 늘린 것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나머지 10조4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방침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2016년 11월의 주주가치 제고방안과 맥이 닿아 있다. 당시 이 방안은 삼성그룹 경영권을 공격한 글로벌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주제안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이 차지하는 금액 비중(총주주 환원율)은 2012년 5.2%에서 지난해 49.7%로 치솟았다. 가히 기록적인 급등이다.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애플 구글 아마존 도요타 지멘스 알리바바 등의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어느 곳도 이처럼 가파른 속도로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은 없다.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는 아예 배당을 한 푼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주주경영 강화가 아니라 주주들을 향한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삼성전자의 뛰어난 실적과 현금흐름에 비춰볼 때 이렇게 돌려주고도 충분한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정보기술(IT)업계는 전통적으로 경기변동성이 심하고 특정 업체의 장기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더욱이 한국은 북핵 등 지정학적 위험에 전면적으로 노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퍼주기’식 주주환원이 지속 가능할지,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성장동력 확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주주환원의 예측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FCF를 계산할 때 M&A 금액을 차감하지 않기로 했다”는 발표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30조원의 FCF가 발생하는 해에 10조원짜리 글로벌 M&A가 성사되더라도 FCF 금액에 변동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질 FCF가 M&A자금 10조원을 제외한 20조원임에도 주주들에게 30조원의 절반인 15조원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어쩔 수 없이 드는 의문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재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정상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방안을 내놓았을까. 세계 최대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시가총액 약 30조원)를 통째로 사들일 수 있는 돈을 3년치 배당금으로 감히 약속할 수 있었을까.
아마 발표 순서와 내용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주주환원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방향은 존중했겠지만 미래 생존을 위한 투자와 성장전략이 먼저였을 것이다. 오너는 배당 등으로 손쉽게 주주들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봐도 알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그는 아직도 성장에 목이 마르다. 경쟁사들의 온갖 방해와 견제를 뚫고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지분을 확보한 것을 보라. 지금의 삼성전자에는 이런 필사적 노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향후 수익에 관계없이 무조건 대규모 배당을 하겠다는 발표는 오너십을 상실한 삼성전자의 심각한 방향착오이자 기업판 포퓰리즘이다.
맹추위가 이어지며 막바지 패딩·아우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들은 할인 행사를 열어 막판 재고 소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의 프리미엄 아우터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80% 늘었다. 롯데의 매출 증가율이 80%에 달했고 신세계(74.6%)와 현대(66.6%)도 60%를 상회했다. 특히 서울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진 지난 6일 신세계백화점에서는 프리미엄 아우터 매출이 하루 만에 402% 치솟았다. 프리미엄 아우터 이외에도 백화점 3사의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은 일제히 20~30% 늘었다.지난해 11월 따뜻한 기온 때문에 겨울 초반 장사를 망친 백화점은 패딩 아우터 상품의 물량 소진에 돌입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말까지 총 70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해외패션 시즌오프'를 진행한다. 롯데아울렛에서도 16일까지 2024년 겨울 상품을 최대 40% 할인해 판매한다. 롯데아울렛 관계자는 "통상 8월이 돼야 아울렛 상설 가격을 적용하는 겨울 상품을 올해는 약 6개월 빠르게 적용해 최저가로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도 23일까지 7개 점포에서 겨울
에어부산은 지난해 창립 이래 연도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고 7일 밝혔다.이날 공시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해 매출 1조68억원과 영업이익 1463억원, 순이익 24억원을 기록했다.매출은 직전 해 동기(8904억원) 대비 13.1% 증가한 수치로 에어부산 창립 이래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다만 고환율·고유가에 따른 외생적 변수에 더해 사업량 확대로 인한 운항 비용 등의 증가로 영업이익은 직전 해 동기(1598억원) 대비 8.4% 감소했다.지난해 일본 노선의 견고한 수요 흐름 속에 중국·중화 정기 노선의 복항과 증편 등을 통한 공급 확대, 부산-보홀·발리 노선 신규 취항 등 노선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주력하며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에어부산 관계자는 “에어부산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한 여행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핵심 가치인 철저한 안전을 담보한 유연하고 효율적인 전략의 추진으로 올해도 최고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여행 플랫폼 업계의 경쟁 구도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해외여행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올해는 이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특히 놀유니버스와 여기어때가 여행산업 전반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여행·숙박 플랫폼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7일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지난해 12월 숙박 예약 시장 국내 1위인 야놀자플랫폼과 비행기표·공연 티켓 분야 1위 인터파크, 맞춤형 여행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리플을 통합해 놀유니버스를 출범했다. 당시 놀유니버스는 항공·숙박·패키지·티켓·엔터테인먼트·문화·예술 등 여가 산업을 넘어 커뮤니티·외식·쇼핑과 같은 일상의 경험을 혁신하는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이를 통해 아시아 최대 규모 여행·여가 플랫폼으로 해외 온라인여행플랫폼(OTA)들과 협력 및 경쟁을 통해 글로벌 메이저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이수진 야놀자그룹 총괄대표는 "놀유니버스는 플랫폼 간 시너지 극대화, 차별화된 서비스,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여행·여가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여기어때는 놀유니버스 출범 한 달 뒤인 지난달 종합여행사인 온라인투어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온라인투어는 25년의 업력을 쌓은 해외여행 전문 여행사로 여기어때는 2021년부터 투자해왔다. 여기어때가 온라인투어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유기적 협업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온라인투어의 운영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여기어때의 아웃바운드 부문 확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