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어제 ‘관계개선 관련 양국 협의결과’를 발표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회복시켜 나가기로 했다. 또 오는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한·중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 7월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15개월 넘게 악화일로를 걷던 양국 관계가 복원 국면으로 접어드는 계기는 마련한 듯하다.

그러나 발표내용을 보면 박수만 칠 수는 없다. 한국이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고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기로 확약한 데 대해 논란이 없지 않다. 중국이 주장해 온 ‘3불(不)정책’을 그대로 수용한 셈이어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될 경우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우리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중국의 ‘한·미·일 군사협력 우려’를 받아들여 군사동맹을 맺지 않겠다고 한 게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이는 지난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과도 상충된다.

그렇다고 사드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다. 중국은 여전히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양국은 향후 군사 채널을 통해 사드 문제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봉인’이라고 표현했다. 한반도 안보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제2의 사드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그간 한국에 가해 온 무차별 사드 보복에 대해선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정상적 국가관계라면 상상할 수 없는 경제적 피해와 수모를 당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파견됐던 이해찬 전 총리를 조공국 사신 대하듯 했다는 비판도 받은 바 있다.

양국이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지만, 우리는 이런 굴욕을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국력을 키우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등을 내세우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과거에만 붙잡혀 있을 순 없다. 한국과 중국 국력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진다면 사드 보복의 몇 배, 몇 십 배 수모를 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