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대차 1세대 노동운동가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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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1세대 노동운동가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이상범 문화감성교육팀 기술주임이 정년퇴임을 두 달여 앞두고 노조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2대 노조위원장을 맡으며 현대차 노조를 한국 대표 노조로 키워내는 데 기여한 그로서는 착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2년 전 러시아와 중국의 현대차 해외 공장을 견학한 후 느낀 점을 보고서 형식으로 사내게시판과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게 발단이 됐다. 국내 공장 경쟁력이 해외 공장에 뒤처진다며 노조원들에게 자성과 변화를 주문하는 내용이었다. 게시글에서 그는 신차를 개발하고도 노조 동의를 받지 못하면 생산하지 못하는 행태를 따끔하게 지적했다. 고과제 폐지로 생산현장에서 승진 기피자가 속출하는 등의 문제도 꼬집었다.
현장조직과 노조는 이런 고언을 ‘배신’으로 몰았다. ‘노조에 칼을 꽂았다’는 등의 거친 비난과 야유가 그의 블로그를 도배질했다. 전화나 휴대폰 문자 등을 통한 공격도 빗발쳤다. 구내식당 게시판에는 ‘배신의 아이콘 이상범’이라는 대자보까지 나붙었다. 10여 일 전 열린 신임 노조위원장 취임식장에서조차 ‘요즘 신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상범 2대 위원장’이라는 노골적인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이 주임의 지적은 불편한 진실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차 한 대 만드는 데 26.8시간이 소요된다. 미국 앨라배마공장(14.7시간)의 두 배 수준이다. 반면 평균 임금은 한국 공장이 미국보다 오히려 높다. 현대차가 1996년 이후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도 노조는 선배이자 회사를 사랑하는 조직원의 충정을 마녀사냥하듯 매도하는 데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 주임은 “공장 안과 담장 바깥은 그야말로 딴 세상처럼 현실 인식과 판단·행동이 너무나 다르다”며 탄식했다.
새 노조 집행부는 31일 사측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강력 투쟁을 다짐했다. 올해 미타결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졸속합의하지 않을 것이며, 파업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투쟁전략으로 돌파하겠다고 회사를 압박했다. 연례 파업으로 피멍이 드는 협력 업체와 울산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망해 봐야 정신 차릴 것’이라는 1세대 노동운동가의 절규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2년 전 러시아와 중국의 현대차 해외 공장을 견학한 후 느낀 점을 보고서 형식으로 사내게시판과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게 발단이 됐다. 국내 공장 경쟁력이 해외 공장에 뒤처진다며 노조원들에게 자성과 변화를 주문하는 내용이었다. 게시글에서 그는 신차를 개발하고도 노조 동의를 받지 못하면 생산하지 못하는 행태를 따끔하게 지적했다. 고과제 폐지로 생산현장에서 승진 기피자가 속출하는 등의 문제도 꼬집었다.
현장조직과 노조는 이런 고언을 ‘배신’으로 몰았다. ‘노조에 칼을 꽂았다’는 등의 거친 비난과 야유가 그의 블로그를 도배질했다. 전화나 휴대폰 문자 등을 통한 공격도 빗발쳤다. 구내식당 게시판에는 ‘배신의 아이콘 이상범’이라는 대자보까지 나붙었다. 10여 일 전 열린 신임 노조위원장 취임식장에서조차 ‘요즘 신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상범 2대 위원장’이라는 노골적인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이 주임의 지적은 불편한 진실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차 한 대 만드는 데 26.8시간이 소요된다. 미국 앨라배마공장(14.7시간)의 두 배 수준이다. 반면 평균 임금은 한국 공장이 미국보다 오히려 높다. 현대차가 1996년 이후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도 노조는 선배이자 회사를 사랑하는 조직원의 충정을 마녀사냥하듯 매도하는 데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 주임은 “공장 안과 담장 바깥은 그야말로 딴 세상처럼 현실 인식과 판단·행동이 너무나 다르다”며 탄식했다.
새 노조 집행부는 31일 사측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강력 투쟁을 다짐했다. 올해 미타결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졸속합의하지 않을 것이며, 파업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투쟁전략으로 돌파하겠다고 회사를 압박했다. 연례 파업으로 피멍이 드는 협력 업체와 울산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망해 봐야 정신 차릴 것’이라는 1세대 노동운동가의 절규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