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신동권 전 상임위원 20건 제척…김석호 전 위원 15건
가습기 살균제 심의도 제척으로 상임위원 한 명만 심의
박용진 의원 "위원회와 사무처를 분리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공정위원 제척 1년간 37건… 위원회 안정성 문제없나
사건 조사 관여 등 이유로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37회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이 위원회 심의·의결에서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척·기피 제도는 심의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잦은 제척·기피는 준사법 기능을 하는 위원회 운영의 안정성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공정위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 상임위원이었던 신동권·김석호·김성하 3인의 소위원회 제척 건수는 총 37건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사무처 근무 당시 사건을 직접 조사하거나 조사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제척 대상이 돼 해당 사건의 심의·의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신동권 전 상임위원(현 사무처장)은 작년 총 20건의 심의·의결에 참여하지 못해 제척 건수가 가장 많았다.

신 전 위원은 2011년 서울사무소장, 2012년 카르텔국장 등을 역임한 경력이 있어 당시 조사를 주도했던 사건과 관련된 심의에는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

김석호 전 위원도 제척 건수가 15건이나 됐다.

평균 한 달에 한 번 이상 소회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못한 셈이다.

김 전 위원도 2012년 서울사무소장, 2013년 기업거래정책국장 등 사건 조사와 관련된 부서에서 일한 경력이 원인이 됐다.

신 전 위원과 김 전 위원은 지난해 8월 가습기 살균제의 표시광고법 위반 심의 때도 제척 대상으로 분류됐다.

두 사람 모두 서울사무소장 근무 당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조사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당시 가습기 살균제 심의 때는 통상 소회의가 2명의 상임위원과 1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상임위원 1명과 비상임위원 2명이 심의를 담당했다.

두 명의 위원과 달리 김성하 위원은 2010년 이후 주로 경쟁정책국장, 시장구조개선정책관 등 조사보다는 정책 부서에서 일한 점 등의 영향으로 제척 건수가 2건에 그쳤다.

공정위원의 제척·회피는 심의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사법부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9명의 공정위원회 위원 중 3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조사를 담당하는 사무처 출신이기 때문에 검찰과 재판부가 분리돼있는 법조계보다 제척·기피 사례가 훨씬 많다.

올해 초 임명된 신영선 부위원장은 직전 모든 사건을 관장하는 사무처장을 맡았던 터라 한동안 본인이 사무처장으로 결재했던 모든 사건에 대해 심의를 하지 못하기도 했다.

사법부의 경우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재판부 제척·회피·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접수된 3천646건 중 단 3건(0.08%)에 불과했다.

9명으로 구성된 공정위원회와 단독 혹은 3명의 합의부로 판결이 이뤄지는 사법부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공정위 역시 준사법 기능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만한 대목이다.

사무처 출신을 부위원장이나 상임위원으로 임명할 때 최소한의 경과 기간을 두는 등 제척규정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박용진 의원은 "공정위는 위원회와 사무처가 사실상 분리가 되지 않아 사법부로 따지면 얼마전까지 검사역할을 하던 사람이 판사 역할을 맡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판결에 참여하지 못하는 불임 위원의 발생을 방지하고 위원회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종국에는 위원회와 사무처를 분리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