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골프에 없는 '2년차 징크스'…오히려 '2년차 돌풍'
이정은(21)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년차다.

이정은은 올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상금왕과 대상은 이미 손에 넣었고 다승왕과 평균타수 1위도 유력하다.

이정은은 지난해 신인왕이었다.

신인 때도 만만치 않은 성과를 냈다는 뜻이다.

2년째를 맞은 이정은은 신인 때를 훨씬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2년 차 선수가 이런 태풍급 돌풍을 일으키는 현상은 KLPGA투어에서 드문 현상이 아니다.

2015년에도 2년차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2014년에 함께 데뷔한 박성현(24)과 고진영(22)은 각각 3승씩 쓸어담았다.

신인 때 박성현은 우승이 없었고 고진영은 1승을 올렸을 뿐이지만 2년째에는 최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데뷔 동기 김효주(22)와 전인지(23)도 신인 때보다 2년차 때가 더 화려했다.

2013년 데뷔한 김효주는 신인왕에 올랐지만, 우승은 한번 뿐이었다.

2014년 김효주는 6차례 우승과 12억원의 상금을 쓸어담아 '놀라운 2년차'로 변신했다.

전인지는 김효주의 맹활약에 가렸어도 2년차에 무려 3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투어 강자로 우뚝 섰다.

신인 때 숨죽이고 있다가 2년차 때 우승을 신고하는 선수가 유난히 많은 것도 KLPGA투어에서 낯익은 광경이다.

올해 첫 우승을 거둔 KLPGA투어 2년차 선수는 이정은을 비롯해 김지영(21), 이다연(20), 김혜선(20) 등 4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박지영(21), 박성원(24), 김예진(22), 양채린(22) 등 4명의 2년차가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이들은 신인 때는 우승이 없었다.

KLPGA투어에는 2년차 징크스는 없고 2년차 돌풍만 있는 이유는 많다.

우선 재능있는 선수들이 신인 때 투어 환경에 충분히 적응을 마치고 2년째부터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다는 분석이다.

이정은은 "작년에는 매주 열리는 대회 준비와 대회마다 다른 잔디와 코스 레이아웃에 적응하느라 바빴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신인으로 뛰는 1년 동안 기량 자체가 훌쩍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신인 시즌에 드라이버만 멀리 쳤을 뿐 아이언샷 정확도와 퍼트 실력이 정상급은 아니었던 박성현은 2년차 때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이 몰라보게 높아지면서 상금랭킹 2위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최정상급 선수의 해외 진출도 2년차 돌풍을 끌어내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투어를 지배한 절대 강자 박성현이 미국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이정은이 이런 태풍급 활약을 펼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김효주, 전인지, 박성현 등 투어 최강자의 해외 진출은, 적응을 마치고 투어 경험을 통해 기량을 끌어 올린 2년차들에게 숨통을 틔워준 게 사실이라는 진단이다.

올해 KLPGA투어에서 주목받은 신인은 삼천리 투게더 오픈 우승자 박민지(19)와 신인왕 포인트 1위 장은수(19), 그리고 장타자 전우리(20)와 기복 없는 김수지(21) 등이다.

유효주(20),박소혜(20), 허다빈(19) 등도 종종 눈길을 끌었다.

신인 가운데 상당수는 시드 유지에 실패해 시드전을 다시 치러야 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들 가운데 눈부신 2년차 활약을 보일 선수가 등장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