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계동 일대 아파트 단지. 아래는 상계주공5단지. 전형진 기자
서울 상계동 일대 아파트 단지. 아래는 상계주공5단지. 전형진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손바뀜이 끊기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Gap)투자’는 사실상 절멸 직전에 놓였다고 일선 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749건으로 집계돼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2878건)과 비교하면 71%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월 1만4761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 9월 8350건으로 급감했다. 10월엔 이마저도 반토막이나며 ‘거래 절벽’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거래량 급감은 ‘8·2 대책’의 영향으로 줄어든 매수수요가 시차를 두고 통계에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해석이다. 주택거래신고는 계약일로부터 6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10월 신고분부터는 규제 이후의 거래만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거래 감소는 갭투자가 성행했던 강북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노원구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80%를 웃도는 아파트가 많아 ‘갭 투자의 성지’로 불렸다. 하지만 8·2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행이 예고되면서 거래량은 8월(1662건) 대비 80%나 줄어든 337건으로 급감했다.

현지 D공인 관계자는 “전엔 3000만원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이젠 문의조차 뚝 끊겼다”며 “빠져나갈 사람들은 규제 전에 이미 빠져나가고 끝물을 잡은 사람들만 남았다”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 적용 전에 일찌감치 집을 처분하려는 갭투자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시세도 조정받고 있다. 상계주공1단지 전용면적 49㎡의 매매가는 지난달 말 2억500만원에 거래되며 시세가 한 달 만에 5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상계주공10단지 전용 47㎡ 역시 4000만원가량 조정받은 2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상계동 S공인 관계자는 “그나마도 제값은 받고 빠져나가겠다는 매도인과 시세가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매수인의 기대가 엇갈리면서 거래는 드물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길음뉴타운을 중심으로 갭투자자가 많았던 성북구 역시 거래량이 8월(788건) 대비 72%(217건) 줄어들었다. 길음래미안6단지 전용 59㎡는 한 달새 1400만원가량 시세가 떨어졌다.

현지 G공인 관계자는 “전과 비교해 호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지만 매수와 매도 모두 줄어든 영향”이라면서 “장기간 자금이 묶이길 원치 않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연말을 전후해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 절벽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년부턴 양도세 중과 말고도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로 매수자의 돈줄이 전방위적으로 막히기 때문이다.

구만수 국토도시계획기술사무소장은 “거래가 완전히 끊긴 지방과 비교하면 서울의 시장 여건은 그나마 좋았던 편”이라며 “이달 발표될 예정인 ‘주거복지로드맵’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