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데 반해 학교 교육환경은 100년 전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교실이란 공간에서 선생님은 수업하고 학생은 필기를 받아적는 형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사진)는 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7’ 기조연설에서 “교육 접근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조연설은 ‘글로벌 공동번영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주제로 했다.

길라드 전 총리는 한국 교육에 대해 “한국은 6·25 전쟁 이후 교육을 통해 성공 스토리를 이어왔다”며 “한국 학부모의 열정이나 학생들의 공부 노력 등 교육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교육환경 자체에는 큰 혁신이나 발전이 없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교육 접근방법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로 세상 변화가 빨라지는 점을 꼽았다. 길라드 전 총리는 “2020년부터 20년간은 기존 직업의 70~80%가 사라질 것”이라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접근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미래에 어떻게 활용될지 불확실한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소통, 비판적 사고능력, 상호보완적 능력 등 학생들의 고유 역량을 개발하는 게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의 성공을 위해 집중해야 할 교육 과제로 창의성과 유연성, 기업가 정신 등을 꼽았다. 길라드 전 총리는 “이런 능력은 기존 학교에서 끌어올리기 어렵다”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국가일수록 기업가정신 점수가 훨씬 낮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가 당장 시도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전 국가지도자로서 경험을 비추어 말하자면 개혁은 국민 설득과 이해뿐 아니라 정치적 반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더더욱 꾸준히 교육개혁 관련 포럼을 여는 등 공론화를 하면서 함께 미래를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길라드 전 총리는 호주 역사상 첫 이민자 출신 총리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풍파와 여진에 휩싸였던 2007~2013년 총리와 부총리를 지내며 일자리 90만 개를 창출해낸 정치가로 평가받는다. 지금은 교육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의장과 자살과 우울증 예방에 힘쓰는 비영리단체 비욘드블루의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