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깜짝 성장’(전 분기 대비 1.4%)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상기류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통화정책의 주요 판단 기준인 물가가 1%대로 하락한 점이 우선 그렇다. 저물가는 금리 인상 결정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9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꺾인 것도 변수다. 장기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 일수 감소 등 일시적인 효과를 빼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계속되고 있지만 4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을 떨어뜨릴 요인이기 때문이다.
저물가에 수출둔화… 11월 금리인상 '이상기류'
동시에 꺾인 물가·수출 증가율

통계청이 1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2%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8%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한 상승률은 올 들어 최저다.

지난해 1%대에서 움직이던 소비자물가는 올 들어 2%대로 올라섰다. 8월엔 폭염·폭우가 겹치면서 2.6%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9월 2.1%로 상승 폭이 둔화되더니 지난달엔 올 들어 최저치까지 낮아졌다. 물가상승세를 주도했던 채소류 가격이 안정돼서다. 지난해 여름철 시행한 전기료 인하의 기저효과가 사라진 영향도 컸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는 2%다. 물가가 2% 정도는 유지돼야 한은이 전망하는 성장궤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 회복세가 기조적으로 뚜렷해졌다는 확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저물가 상황이 이어지면 금리 인상엔 부담이 된다. 성급한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월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일부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이날 10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 직후 롭 카넬 ING 아시아 전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 둔화로 11월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공행진하던 수출 증가율도 주춤해졌다. 지난달 수출은 12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장기 추석 연휴로 인해 조업 일수가 줄면서 증가율은 큰 폭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49억8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7.1%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9월까지 9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다 10월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추석 효과를 제외하고 9~10월 수출을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지만 3분기 수출 증가율이 워낙 높아 전 분기 대비로 4분기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가 딜레마’에 빠진 한국은행

한은은 하반기 들어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9월 말 열린 한은 워크숍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낮아도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지난달 19일엔 연 1.25%인 금리를 동결하면서 “금융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 나갈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선 “경기 회복세가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고 확인되고 물가도 목표 수준(2%)을 수렴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확인되는 시점에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1일 종합 국정감사에선 한 발 빼는 듯한 모습도 나타냈다. 이 총재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3분기 성장률과 관련, “금리 인상을 확신할 정도의 수치가 나온 것이냐”고 묻자 “경기 외에 물가와 근원물가도 같이 봐야 하고, 내년 흐름도 중요해 여러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