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55달러 선에 근접하면서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들은 최근 들어 유가가 상승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금융투자상품을 팔고, 유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이 커지는 상품 비중을 높이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10월 한 달간 10일, 12일, 13일, 20일, 24일 등 5거래일만 제외하고 나머지 날엔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을 순매도했다. 이 상품은 국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원유 레버리지 상품 중 가장 거래량이 많은 ‘간판’ 상품이다.

반면 유가 하락률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삼성 인버스 2X 원유 선물 ETN’은 같은 기간에 2거래일(10일, 20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했다. 이 기간에 이 ETN 순매수량은 17만1338주다.

개인투자자들이 이 같은 투자패턴을 보이는 건 유가가 고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배럴당 54.3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한 달간 5.24% 올랐다.

브렌트유도 같은 기간에 6.66% 상승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유 투자자들 사이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기간을 연장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며 “원유와 휘발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면서 유가 상승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 유가가 하락할 것에 베팅하는 개인들이 늘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국제 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경회 KB증권 연구원은 “단기 조정은 받을 수 있겠지만, 내년까지는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신흥국 경기가 활기를 띠면서 글로벌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