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애 태양프라스틱 대표(왼쪽)가 인천 본사에서 아들 김기영 전무와 좌석 조절장치 부품을 점검하고 있다. 강준완 기자
김정애 태양프라스틱 대표(왼쪽)가 인천 본사에서 아들 김기영 전무와 좌석 조절장치 부품을 점검하고 있다. 강준완 기자
2015년 말 세계 3위 자동차부품 업체인 캐나다의 마그나 직원들이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태양프라스틱 공장을 찾았다. 아시아본부가 있는 중국 마그나상하이 핵심 인력들이다. 그들은 “마그나는 매출 1000억원 이하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본사에서 태양프라스틱에 왜 가보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매출 70억~80억원인 태양프라스틱의 기술, 재무, 인력, 특허 등 회사의 모든 것을 이틀 동안 샅샅이 조사한 뒤 돌아갔다. 마그나 직원들은 조사 기간 내내 태양프라스틱의 기술과 품질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가 있는 마그나는 지난해 43조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회사다.

김정애 태양프라스틱 대표(65)는 1주일 뒤 마그나 본사에서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태양프라스틱과 자동차 타이어 관련 부품을 공동 개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35년간 자동차부품만 개발해온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태양프라스틱은 목 받침대를 고정시켜 주는 헤드레스트 조절장치인 헤드레스트 가이드를 전문으로 생산한다. 국내 자동차 경기 침체로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을 때라 마그나로부터 온 이메일은 ‘희망의 불씨’였다.

2012년 매출 100억원을 올린 이 회사는 이듬해 반토막으로 줄면서 경영위기를 맞았다. 한국GM 의존도(60%)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위기 탈출은 해외 공략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2013년 전북 군산의 3300㎡ 규모 공장 문을 닫고 아들 김기영 전무(40)와 함께 해외 기업을 찾아다녔다. 세계 유명 자동차 부품사 100여 곳에 제품설명서를 전달했다. 이런 과정에서 마그나가 기술력을 인정했고 지난해부터 수출이 이뤄졌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선 유명 자동차부품 회사들이 먼저 부품 수입 및 공동 개발을 제안해 온다”며 “2013년 59억원까지 떨어진 매출은 올해 100억원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97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사업을 이듬해 승계했다. 김 대표는 “회사 경영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생산현장에서 부품을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휴일도 없이 연구개발에 매달리고 해외 마케팅에 전사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에어백 장치를 새로운 주력 제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