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트라이크 아웃 처벌강화·이동수련 제도 정착 필요

정형외과 지도교수가 전공의 10명을 3년간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해온 사건이 불거진 부산대병원이 폭력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2년 전 징계 없이 자체 무마한 전공의 폭행 사건이 최근 국회 국감에서 지적을 받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병원 내 폭행 재발 방지 대책을 고민해왔다.

병원 측이 검토하는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폭행 피해를 본 전공의가 병원장에게 바로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직통전화) 개설이다.

그동안 전공의들이 폭행을 당하고도 쉬쉬했던 것은 피해 사실을 알리는 통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1년에 2차례 실시하는 수련과정 설문조사를 강화하고 특별교육도 하기로 했다.

매월 열리는 교수회의에서도 폭행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육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병원장 핫라인 개설' 등 관련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범 부산대병원 노조 지부장은 "전공의들이 폭행 피해를 신고 못 하는 이유는 핫라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를 알려도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돌아와 불이익을 줄 거라는 불안감 때문"이라며 "한 번이라도 폭행·폭언·성추행·성희롱을 저지르면 병원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의 한 의사는 "병원장에게 직접 연락하면 결국 가해 교수 등에게 신고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피해자가 공개돼 역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전공의 대표와 외부 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병원 내 폭력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옮길 수 있는 '이동수련' 제도를 도입하고 지도교수의 절대적인 권한을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교수에게 부당한 폭언이나 폭행을 당해도 문제 제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전공의가 병원을 옮기는 것"이라며 "외국처럼 전공의가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수련병원·수련기관장은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타 수련병원장에게 전공의 이동수련을 요청할 수 있지만 폭행이나 성희롱 등을 이유로 병원 이동을 원하는 전공의의 요구가 수용된 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 논문 평가 등 절대적인 지도교수의 권한을 축소·견제하기 위해 전공의가 지도교수를 평가하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