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국제문제협연설 "트위터 정책 소통은 유치…이제 철들어야 할 때"

조 바이든(74) 전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을 포함한 정책 전반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이제 철이 들어야 할 때가 됐다"고 충고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 초청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북한에 엄포만 놓고 그 말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권위가 실추된다"며 "대국은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 방식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이용해 대북·국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유치한 일이며 이를 중단토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제 성숙해져 세계 지도자처럼 행동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카고 트리뷴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날 '불확실성의 시대, 국제사회 결속'을 주제로 연설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중산층의 두려움을 미끼 삼은 약장수·돌팔이 의사(charlatan)"에 비유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소속 정당 민주당이 글로벌화·디지털 자동화의 위협,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해 미국인들이 느끼는 염려에 반응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며 '국제적 영향력 축소'를 지향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를 '자유·민주주의'라는 공동의 내러티브 위에 건설하려는 대신 '우리' 대 '그들'로 나누고 있다"면서 "미국이 점차 국제무대에서 소외되고, 미국인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와중에 발생하는 국제 사건들이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이는 더욱더 위험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이념적으로 불일치를 보일 뿐 아니라 국제문제를 골육상쟁(dog-eat-dog competition)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자연상태의 인간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본) 홉스 주의적 세계관에서 보면 미국인이 성공하기 위해 다른 이들은 잃거나 실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같은 유형의 분열이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트럼프 대선 캠페인이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며 "솔직히 말해 우리 당(민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바이든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내 문제를 덮기 위해 유럽과 미국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이런 점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시도는 다시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은 이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 몰표를 던진 미국 대중에 대해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실제 두려움과 걱정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약장수·돌팔이 의사가 이들을 표적 삼아 상대를 비난하면서 힘을 키웠다"고 민주당의 패배 원인을 돌렸다.

1972년 만 29세의 나이로 델라웨어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돼 6선을 지내고 오바마 행정부 8년간 부통령으로 재직한 바이든은 2020년 대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바이든은 1988년과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으나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