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룹 40개 공익재단 계열사 지분 6조7천억원어치 보유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물산 지분매입 등 논란 끊이지 않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만나 "대기업집단 공익재단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익 환원', '사회 공헌' 등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의 설립 취지는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오너(총수) 집안의 계열사 지배력 강화 작업에 우회적으로 동원될 여지가 있다는 시민단체 등의 우려와 지적이 반영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대기업 공익재단은 말 그대로 대기업이 사회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법인을 말한다.

주로 학자금, 장학금, 연구비 등을 지원하거나 학술, 예술, 자선 사업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의 경우 '삼성문화재단'과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정몽구재단'을 통해 소외계층 지원 등의 사회 공헌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상당수 대기업집단(재벌) 소속 공익법인들이 같은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재벌닷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20대 그룹, 40개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 상장사의 지분 가치는 무려 6조7천억 원에 이를 정도다.

그룹별로 삼성그룹의 3개 재단은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I·삼성화재 등 핵심 상장 계열사 지분을 2조9천874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정몽구재단은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 3천934억 원어치를,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도 LG그룹 상장 계열사 지분 3천518억 원어치를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아산나눔재단과 아산사회복지재단이 보유한 상장 계열사 주식도 5천281억 원어치에 이르고, 롯데그룹 역시 롯데문화·롯데삼동복지·롯데장학 등 3개 재단이 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쇼핑·롯데제과 등 4천180억 원 가량의 상장사 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와 국회에서는 끊임없이 재벌들의 '공익재단을 통한 지배권 우회 강화' 문제가 거론돼 왔다.

가장 최근의 대표적 논란 사례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지분 매입 건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해 2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200만 주를 사들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인 만큼, 우호 주주격인 재단의 지분 매입으로 이 부회장의 실질적 지분율은 16.5%에서 17.2%로 늘어난 셈이다.

이뿐 아니라 2015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을 통해 금호산업 주식을 시가보다도 비싸게 사들일 당시에도 논란이 불거졌다.

더구나 원칙적으로 공익재단에 출연된 재원에는 상속·증여세가 면제된다.

예를 들어 현재 삼성문화재단이 4% 이상의 삼성생명 지분을 가진 상황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유고가 생기더라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상속세를 내지 않고도 재단의 지분만큼 삼성생명에 추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대기업 공익재단을 오너 일가친척이 좌지우지하며 비리 창구로 활용할 우려도 있다.

일례로 2012년 롯데문화재단 이사장 자리에 오른 신영자 씨(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누나)는 지난해 6월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로비 과정에서 수억~수십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구속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산하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은 공익사업 재원으로서 적정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오랜 기간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는 이유는 계열사 주식이 공익사업 목적보다 그룹에 대한 지배권 유지·강화를 위한 의미가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