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급행열차 타라"… 강남, 지하철 노선 유치전
요즘 서울 강남 4구에선 지하철 노선을 두고 동네별 기싸움이 치열하다. 위례신사선과 위례과천선 등을 놓고서다. 지하철 노선 확충이 집값에 대형 호재로 작용하는 까닭에 동네마다 노선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 노선 우리 동네로”

서울 강남권에 계획된 신설 지하철 노선 중 최근 유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노선은 위례과천선이다. 총연장 15.22㎞로 11개 정거장이 예정된 광역전철선이다. 서울지하철 8호선·분당선 복정역부터 양재역(3호선·신분당선)을 거쳐 과천경마공원역(4호선)을 잇는다.
"집값 상승 급행열차 타라"… 강남, 지하철 노선 유치전
강남구 개포동과 세곡동 등에서는 이 노선 역사 유치를 위한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개포동 아파트 단지 일대에서는 지난 8월 출범한 위례과천선 구룡역 환승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 서명운동이 한창이다. 기존 위례과천선 노선안의 양재역과 구룡역 사이에 구룡초사거리역을 신설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개포동 일대 일부 주민은 포이사거리역 신설도 요구하고 있다. 세곡동 일대 주민은 자곡사거리·세곡·삼성병원역 신설 등을 주장했다. 양재대로를 따라 노선을 건설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각각 다른 노선 대안이 여럿 나오면서 사업은 지연되고 있다. 위례과천선은 지난해 서울시 주관 도시철도사업에서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국가철도사업으로 격상됐다. 올초 서울시가 국토부에 노선안을 건의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발주가 나지 않았다. 2월 과천시와 서울 서초·강남·송파구가 공동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을 시행한 안을 냈고 뒤이어 3월 전현희 국회의원(강남 을)이 다른 노선안을 추가 제출하자 국토부가 규정에 따라 단일 안 제출을 요청하며 2개 안을 모두 반려했다.

서울 강남권 ‘황금노선’으로 통하는 위례신사선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초 2019년 착공해 2024년 개통될 예정이었으나 노선 변경을 여러 번 거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다. 총연장 14.83㎞인 이 노선은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구 신사역을 이을 예정이다. 동남권유통단지와 삼성역, 송파구 법조타운 등 업무중심지역을 관통하는 데다 예정된 11개 역 중 환승역이 8개에 달하는 알짜 노선이다.

하지만 용산국제도시까지 이어진 초반 노선안이 축소된 데다 세곡동을 경유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사업 무산 위기까지 겪었다. 초기 주관사였던 삼성물산이 노선 사업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지난해 사업권을 중도 포기했다. 지금은 기존 컨소시엄 참여업체였던 GS건설이 삼성물산 지분을 이어받아 주관사를 맡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해 위례신사선 지선 3개 노선안을 마련하고 타당성 검토를 거쳐 서울시에 제출했다. 각각 학여울역과 소금재역을 지나 가락시영아파트, 세곡동사거리 등을 잇는 안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노선을 기존 안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지선안을 장기 과제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강동구 고덕지구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사업을 놓고 민원 제기가 활발하다. 보훈병원에서 생태공원사거리, 한영외고 앞 사거리, 고덕역을 거쳐 고덕강일1지구까지 3.8㎞ 구간을 신설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5월부터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와 함께 착공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덕 지역의 한 주민 모임은 3일부터 사업 추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일대 30여 곳에 내걸었고, 강동구청장 면담 등도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 직결

각 노선이 완공·개통되면 일대에 대형 호재가 된다. 교통인프라가 대거 확충돼 출퇴근 등이 한층 나아지는 데다 상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는 까닭이다. 위례신사선이 개통되면 위례에서 신사까지 이동 시간이 약 1시간에서 30분으로 확 줄어든다. 고덕지구는 지하철 9호선이 4단계까지 연장되면 강남까지 30분 안에 환승 없이 진입할 수 있다. 노선 유치 여부가 각 지역 부동산 시장 시세에 직결되는 이유다. 세곡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노선 사업 관련 새 소식이 나올 때마다 단기 호가가 2000만~3000만원씩 변동한다”며 “올 상반기 위례신사선 추진 소식이 돌면서 상가를 중심으로 가격이 5000만원가량 뛰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