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끈조임'으로 글로벌시장 도전 나선 김석환 연세대 교수
요즘 등산화 매장에 가보면 대부분 제품에 커다란 단추 같은 끈조임 장치가 달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보아(Boa)라는 해외 기업이 1997년에 특허를 낸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의 97%를 보아가 독점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교수와 연세대가 ‘스마트 끈조임’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김석환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59·사진)가 주인공. 김 교수의 발명품은 철선(鐵線)으로 만든 보아 제품과 달리 일반 끈을 활용해 가볍고 조작이 간편하다.

2일 연세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보아가 내놓은 특허 종류가 약 140개에 달해 보아 특허를 피해 제품을 만들기가 굉장히 힘들다”며 “우리 제품(이젯시스템)은 보아와는 구동 원리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특허청 과 발명진흥회의 제품문제해결 과제 연구 결과에서도 보아와 다른 원천 특허기술임을 입증했다.

보아 기술은 스키, 스노보드용 신발에 적용하려고 개발한 터라 애초부터 디자인 측면은 고려하지 않았다. 동그란 장치 안에 강철 와이어를 이리저리 엮어놔야 해서 부품이 7개 이상 들어가야 한다. 크기를 더 이상 줄일 수 없다는 얘기다. 등산화나 골프화에 주로 활용되는 이유다. 김 교수는 “국내 유명 아웃도어 업체가 스니커즈류 등 패션 신발에 달아서 판매한 적이 있는데 거의 외면받다시피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발명품은 보아 기술과 달리 끈을 활용했다. 부품도 단 2개로 줄였다. 이 덕분에 신발 외에 모자나 여성용 속옷(브래지어)에도 장착할 수 있다.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어 디자인을 해치지 않고 달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끈을 활용하자고 생각한 것은 그의 전공인 인공위성 구조물 연구와 연관이 깊다.

“예전 인공위성은 모터를 달아서 구조물을 움직였어요. 그러다 차세대 기술로 넘어오면서 끈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하게 돼요.” 김 교수는 NASA에서 인공위성 엔지니어로 활약하다 2002년부터 연세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김 교수의 발명에 대한 집념은 그의 연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입구 한쪽엔 야전침대가 놓여 있다. 밤새 개발에 매달리다 보면 귀가하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빈 공간을 찾아볼 수 없다. 책만큼 많은 발명 시제품이 연구실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쓰자는 게 목표예요. 스마트 끈조임 말고도 특허를 낸 게 20여 개 더 있죠.”

사재를 털어 개발에 성공한 스마트 끈조임 기술은 조만간 상용화될 예정이다. 김 교수가 세운 회사(타이렌)에 연세대 기술지주회사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기로 했다. 화승 마케팅팀 출신인 김성일 본부장을 영입해 일본 수출길도 뚫고 있다. 대학생 창업을 도와주는 것도 김 교수가 공을 들이는 것 중 하나다. 순천향대 학생 창업기업인 타르트가 만든 하네스(애완견 목줄에 끼우는 제품)에 김 교수의 특허를 사용하도록 했다. “발명품이 빛을 보는 것도 아주 기쁜 일이지만 이 기술을 창업을 원하는 많은 대학생에게 나눠주는 게 제 꿈이에요.”

글=박동휘/사진=김영우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