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경기 호조와 증시 활황으로 원화 값이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33원가량 떨어지며 연중 최저점에 바짝 다가섰다. 글로벌 엔화 약세까지 겹쳐 원·엔 환율도 1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일각에선 원화 강세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 한 달 만에 33원 하락… 연중 최저점 '눈앞'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전 떨어진 1114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4영업일 연속 하락해 지난 7월27일 기록한 연중 최저점(종가 기준 1112원80전)에 근접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번주에만 16원10전 내렸고 한 달 전쯤 고점(9월28일, 1148원)과 비교하면 33원60전이나 떨어졌다. 특히 지난 1~2개월간 미국 달러화 가치가 세계 주요 통화 대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원화 강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올 3분기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이 시장의 기대보다 높은 1.4%를 기록하는 등 국내 경기 지표가 호조를 보인 데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행진이 계속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 리스크가 다소 진정되고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한·중 갈등이 봉합된 것도 원화가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제롬 파월 Fed 이사가 낙점된 것도 향후 원화 강세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반면 엔화는 계속 힘이 빠지고 있다. 지난달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한 뒤 엔저(低)가 가속화되고 있다. 과감한 금융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978원45전으로 올 5월15일에 찍은 연중 최저점(984원3전)을 경신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