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일 사장단 인사와 함께 조직통합과 신설 등 비교적 큰 폭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트(완제품) 부문의 선행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해 ‘삼성리서치(Samsung Research)'를 새로 출범시킨다는 내용이었다. 가전, TV, 스마트폰 등 완제품 부문의 통합연구소라 할 수 있는 삼성리서치는 세계 24개 연구거점과 2만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관할하는 명실상부한 선행 연구개발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부사장급으로 운영됐던 연구소를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하고, 신임 CE(소비자가전) 부문장인 김현석 사장이 연구소장을 겸직하도록 해 조직의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보안 등의 선행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허브'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R&D 전담 '삼성리서치' 2만명으로 발족
김현석 부문장이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직하도록 한 인사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상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의 통합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삼성 내부에서는 AI 기반의 음성 인식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TV,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완제품 관련 조직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돼 왔다. 삼성이 다소 급진적인 ‘조직 통합’ 대신 ‘겸직’을 통해 안정적인 통합 효과를 노린 것이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TV 전문가다. 대부분의 경력을 TV 사업을 관장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쌓았다. 김 사장이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직하면서 두 사업부 간 인사 교류 및 공동 연구개발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 간 조직 개편이 훨씬 활발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징후도 있다. 전자 계열사의 전략 및 인사 업무를 조정·총괄하는 사장급 조직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면서 책임자로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장(사장)을 선임하면서다. 이 조직은 지난 3월 해체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기능을 대체하는 조직으로 볼 수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계열사 간 중장기 사업 및 투자 조정과 인사 교류 기능이 멈춰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 사장단은 회사 간, 사업 간 공통된 현안에 대한 대응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협의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직을 삼성전자 내에 설치해 운용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조직의 역할과 위상은 대폭 축소됐다. 미래전략실이 수행했던 7개 기능 중 전략과 인사 등 핵심 업무만 가져왔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 간 사업 및 투자 조정 업무와 계열사 공통의 인사 기준을 마련하는 일 등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