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휘(25)의 상승세가 거침이 없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서머린TPC(파71ㆍ7243야드)에서 개막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아동병원오픈(총상금 680만달러) 첫날 보기없이 버디만 6개를 쓸어담아 6언더파 65타를 쳤다. 날이 어두워져 25명이 경기를 다 마치지 못한 가운데 단독 선두다. 2위 그룹과는 1타 차다. 김민휘는 앞서 출전한 국내 첫 PGA 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 대회에서 4위에 올라 상승무드를 확인한 터다.

10번 홀(파4)에서 출발한 김민휘는 전 후반 각각 3개씩의 버디를 잡아냈지만 보기는 단 한개도 내주지 않는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생애 첫 승 발판을 놨다. 초반 3개 홀에서 파를 지키며 기회를 노리던 그는 13번 홀(파5)에서 311야드짜리 드라이버 티샷을 페어웨이로 날린 뒤 2온에 가까운 267야드 어프로치 샷으로 공을 그린 근처에 떨궈 손쉽게 버디 사냥을 시작했다. 비교적 쉬운 파5홀인 16번 홀에서는 2온에 성공해 두 번째 버디를 낚았다. 날카로운 아이언 샷이 빛난 홀은 18번 홀(파4). 163야드 거리에서 친 공을 핀 2m 부근에 떨궈 세 번째 버디를 잡아냈다.

후반 들어선 퍼트가 더욱 빛을 발했다. 1번 홀(파4)과 9번 홀(파5)에서는 3m안팎의 중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7번 홀(파4)에서는 9m짜리 롱퍼트를 홀에 굴려 넣어 6번째 버디 사냥을 마무리했다.

PGA 투어 4년차인 김민휘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파워형’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정확도 중심으로 샷 개념을 바꿨다’는 게 그의 말이지만 비거리부터 우선 부쩍 늘었다. 투어 데뷔 첫 시즌 280야드 대에 불과했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올 시즌 304야드로 껑충 뛰었다. 이날도 평균 320.7야드를 찍었다. 특히 9번 홀(파5)에서는 357야드의 티샷을 날리고도 페어웨이를 지켰다.

정교한 아이언샷(그린적중률 72.22%)과 퍼팅이 파워 장타와 맞물리면서 시너지를 키웠다. 이날 김민휘는 그린에 공을 올렸을 때의 퍼팅 횟수가 1.615회에 불과했다. 덕분에 3개의 파5 홀에서 모두 버디를 챙겼다.

위기관리 능력도 빼어났다. 두 번의 벙커샷을 모두 파로 연결해 타수를 지켰다. 6번 홀(파4)에서는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졌지만 레이업샷으로 공을 꺼낸 뒤 86야드짜리 웨지샷을 핀 1m 옆에 붙여 파를 지켜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바람이 강해져 타수를 지키는 데 주력했다”며“좋은 위치에 올라와 있는만큼 남은 경기에서도 편안하게 경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휘는 아직 우승이 없다. 지난 시즌 그는 27회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을 14번이나 할 정도로 경기력도 들쭉날쭉한 편이다. 분명한 건 순위표 위로 올라가는 빈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그는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두 번의 톱10을 기록했다. 투어 데뷔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이다. 가장 눈에띄게 달라진 게 퍼팅이다. 그는 지난달 22일 CJ컵 대회를 4위로 마친 뒤 “퍼팅감이 계속 이정도로만 유지된다면 올 시즌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민휘는 2012년 한국 투어(KPPGA)에 데뷔해 신인상(명출상)을 받은 뒤 이듬해 미국무대에 진출했다.

군제대 후 투어에 복귀한 배상문(31)이 이븐파 71타로 공동 63위, 안병훈(26·CJ대한통운)이 1오버파 72타 공동 82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