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원유, 구리 등의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원자재 시장이 새로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퍼사이클이란 세계 경제 호황기에 원자재 가격이 장기 상승 랠리를 펼치는 것을 뜻한다.

FT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2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은 t당 7000달러를 돌파했다. 알루미늄, 구리, 납, 니켈, 주석, 아연 등 6개 비철금속 선물가격을 지수화한 LME지수도 2년 만에 3000선을 회복했다.

원자재 가격은 중국 경제가 연 10% 안팎 고속 성장을 지속하던 2000년대에 급등했다가 2010년을 정점으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2015년 미 달러 강세로 원자재 구매자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원자재에 비해 주식이나 채권 투자 매력도가 더 높아진 것도 원자재 가격을 끌어내린 요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22개 원자재 가격을 집계하는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2016년 1월15일 73.4877로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 2일 86.6923을 기록했다.

올 들어 원자재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이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원자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10년 전 슈퍼 사이클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줄리언 케틀 우드매킨지 부사장은 “2010년 이후 자원 투자가 줄면서 생산도 감소했다”며 “원자재 가격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생산 감소로 인한 공급 부족 때문이지 수요가 늘어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도 원자재 가격의 주요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코발트, 리튬 등 희귀금속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