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리포트] "청량리588은 옛말"… 동대문구 '바이오·의료 메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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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료·한방 중심지
경희대·서울시립대·KAIST 등 박사급 연구진 5000명 달해
창업공간도 500곳 들어서
마천루 숲 되는 청량리
65층 주상복합·호텔·백화점…청량리역 인근 재개발 탄력
분당선·동서KTX 등 '교통 허브'
경희대·서울시립대·KAIST 등 박사급 연구진 5000명 달해
창업공간도 500곳 들어서
마천루 숲 되는 청량리
65층 주상복합·호텔·백화점…청량리역 인근 재개발 탄력
분당선·동서KTX 등 '교통 허브'
3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옛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터. 정문에 들어서자 푸른 잔디밭 너머로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의 로렌초(1400년대 이탈리아 문예 부흥을 이끈 지도자)’로 불리는 건축가 김수근 선생 작품이다.
1981년 준공 이후 이 건물은 1년 365일 불이 꺼지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농촌경제 진흥을 위한 연구가 활발했다. 그랬던 농경연이 2015년 전남 나주로 이전한 뒤 비어 있던 이 건물이 최근 한국 바이오·의료 분야 창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했다. 농경연이 있던 터에 서울바이오허브가 들어서면서다. 연구실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무실로 바뀌었고 연구자들이 있던 책상은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물려받았다.
서울 동부권의 대표적인 낙후 부도심인 동대문구가 바이오·의료산업 중심지를 조성하면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서울바이오허브를 중심으로 2023년까지 홍릉 일대에는 바이오·의료 분야 창업 공간 500곳이 들어선다. 국내 최대 한약재 유통시장인 제기동 서울약령시에는 서울한방진흥센터가 들어서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대표적 집창촌이던 청량리역 일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동서KTX’ 개통을 앞두고 교통허브로 변신 중이다. ‘대한민국 바이오·의료 메카’ 홍릉
지난달 30일 문을 연 서울바이오허브에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차세대 방사선 의료기기 개발업체 씨에이티빔텍과 항체-약물 복합체 개발업체 앱티스 등 12개 업체가 입주를 마쳤다. 심사를 거쳐 선발된 이들은 ㎡당 월 7000원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2년간 창업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존슨앤드존슨 등 세계적 기업과 벤처캐피털, 특허법인, 기술 사업화를 돕는 기업들이 입주해 있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서울바이오허브는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주도로 꾸려진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는 대학과 종합병원, 연구병원, 다국적 제약회사 300여 개가 밀집해 연구와 창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이다.
홍릉 일대에도 경희대와 서울시립대, 한국외국어대, KAIST 서울캠퍼스 등 대학과 경희의료원,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등 의료기관이 밀집해 있다. 이 일대에 포진한 박사급 연구진만 약 5000명에 달한다.
한의약업체 800여 곳이 성업 중인 서울약령시 일대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연면적 9604㎡ 규모의 서울한방진흥센터가 문을 열면서다. 한옥으로 지어진 센터에는 한의약박물관, 보제원(조선시대 구휼기관), 한방의료체험시설, 약선음식체험관, 한방뷰티숍, 한방카페 등이 들어섰다. 지하 1~3층에는 190여 대의 주차공간을 마련해 약령시 주변의 고질적인 주차난도 덜었다. 한방 대중화를 통해 이곳을 세계적인 한방문화사업 메카로 키우겠다는 게 동대문구 목표다.
청량리, 집창촌 사라지고 마천루 숲으로
청량리동은 성동구 왕십리와 함께 대표적인 강북 교통 요지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서는 왕십리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주변 환경이 열악한 데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동네가 낙후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외면받던 청량리 일대가 최근 이목을 끌고 있다. 동대문구 곳곳의 재개발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청량리 4구역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동대문구는 2021년까지 청량리역 인근에 있던 집창촌 ‘청량리588’을 철거하고 대형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이곳에는 200m 높이 65층 규모 주상복합건물 4개 동과 호텔, 백화점 등을 갖춘 42층짜리 랜드마크 타워가 들어선다.
향후 청량리역 일대는 서울 동부권 최고의 상업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청량리역에는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경춘선 ITX, KTX 등 각종 철도망이 연결돼 있다. 청량리역 앞에는 60여 개 노선이 지나는 버스환승센터도 있다. 이곳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5000여 명으로, 서울 버스정류장 가운데 사당역 정류장(3만6700여 명) 다음으로 많다.
교통 여건은 더 좋아진다. 분당선이 청량리역까지 연장돼 내년 8월 개통된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인천국제공항과 강원 강릉을 두 시간 만에 이어주는 KTX가 청량리역을 거쳐간다. 이 밖에 인천 송도에서 청량리역을 거쳐 경기 남양주 마석까지 닿는 GTX B노선과 경기 군포 금정, 청량리역, 경기 의정부를 잇는 GTX C노선 사업도 검토되고 있다.
청량리에는 녹지도 많다. 청량리라는 이름은 이곳에 있던 사찰 청량사에서 유래했다. 청량사가 있던 바리산 수목이 울창해 늘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고 전해진다. 청량리동 북쪽에는 홍릉숲,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홍릉근린공원 등이 있다.
박상용/백승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1981년 준공 이후 이 건물은 1년 365일 불이 꺼지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농촌경제 진흥을 위한 연구가 활발했다. 그랬던 농경연이 2015년 전남 나주로 이전한 뒤 비어 있던 이 건물이 최근 한국 바이오·의료 분야 창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했다. 농경연이 있던 터에 서울바이오허브가 들어서면서다. 연구실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무실로 바뀌었고 연구자들이 있던 책상은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물려받았다.
서울 동부권의 대표적인 낙후 부도심인 동대문구가 바이오·의료산업 중심지를 조성하면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서울바이오허브를 중심으로 2023년까지 홍릉 일대에는 바이오·의료 분야 창업 공간 500곳이 들어선다. 국내 최대 한약재 유통시장인 제기동 서울약령시에는 서울한방진흥센터가 들어서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대표적 집창촌이던 청량리역 일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동서KTX’ 개통을 앞두고 교통허브로 변신 중이다. ‘대한민국 바이오·의료 메카’ 홍릉
지난달 30일 문을 연 서울바이오허브에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차세대 방사선 의료기기 개발업체 씨에이티빔텍과 항체-약물 복합체 개발업체 앱티스 등 12개 업체가 입주를 마쳤다. 심사를 거쳐 선발된 이들은 ㎡당 월 7000원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2년간 창업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존슨앤드존슨 등 세계적 기업과 벤처캐피털, 특허법인, 기술 사업화를 돕는 기업들이 입주해 있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서울바이오허브는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주도로 꾸려진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는 대학과 종합병원, 연구병원, 다국적 제약회사 300여 개가 밀집해 연구와 창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이다.
홍릉 일대에도 경희대와 서울시립대, 한국외국어대, KAIST 서울캠퍼스 등 대학과 경희의료원,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등 의료기관이 밀집해 있다. 이 일대에 포진한 박사급 연구진만 약 5000명에 달한다.
한의약업체 800여 곳이 성업 중인 서울약령시 일대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연면적 9604㎡ 규모의 서울한방진흥센터가 문을 열면서다. 한옥으로 지어진 센터에는 한의약박물관, 보제원(조선시대 구휼기관), 한방의료체험시설, 약선음식체험관, 한방뷰티숍, 한방카페 등이 들어섰다. 지하 1~3층에는 190여 대의 주차공간을 마련해 약령시 주변의 고질적인 주차난도 덜었다. 한방 대중화를 통해 이곳을 세계적인 한방문화사업 메카로 키우겠다는 게 동대문구 목표다.
청량리, 집창촌 사라지고 마천루 숲으로
청량리동은 성동구 왕십리와 함께 대표적인 강북 교통 요지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서는 왕십리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주변 환경이 열악한 데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동네가 낙후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외면받던 청량리 일대가 최근 이목을 끌고 있다. 동대문구 곳곳의 재개발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청량리 4구역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동대문구는 2021년까지 청량리역 인근에 있던 집창촌 ‘청량리588’을 철거하고 대형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이곳에는 200m 높이 65층 규모 주상복합건물 4개 동과 호텔, 백화점 등을 갖춘 42층짜리 랜드마크 타워가 들어선다.
향후 청량리역 일대는 서울 동부권 최고의 상업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청량리역에는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경춘선 ITX, KTX 등 각종 철도망이 연결돼 있다. 청량리역 앞에는 60여 개 노선이 지나는 버스환승센터도 있다. 이곳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5000여 명으로, 서울 버스정류장 가운데 사당역 정류장(3만6700여 명) 다음으로 많다.
교통 여건은 더 좋아진다. 분당선이 청량리역까지 연장돼 내년 8월 개통된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인천국제공항과 강원 강릉을 두 시간 만에 이어주는 KTX가 청량리역을 거쳐간다. 이 밖에 인천 송도에서 청량리역을 거쳐 경기 남양주 마석까지 닿는 GTX B노선과 경기 군포 금정, 청량리역, 경기 의정부를 잇는 GTX C노선 사업도 검토되고 있다.
청량리에는 녹지도 많다. 청량리라는 이름은 이곳에 있던 사찰 청량사에서 유래했다. 청량사가 있던 바리산 수목이 울창해 늘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고 전해진다. 청량리동 북쪽에는 홍릉숲,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홍릉근린공원 등이 있다.
박상용/백승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