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14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당뇨병의 날이다. 당뇨병 발병과 치료에 핵심 역할을 하는 인슐린 호르몬을 발견한 캐나다 의학자 프레드릭 밴팅의 생일을 기념해 날짜를 정했다.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당뇨병을 극복하자는 취지다.

당뇨는 국내 성인의 10% 정도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익숙한 질환인 데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가 많지만 혈당 관리를 소홀히 하면 각종 합병증이 생겨 사망에 이를 위험이 커진다. 평소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당뇨병 환자가 주의해야 할 합병증 등을 알아봤다.
방치했다가 다리·시력 모두 잃는 당뇨… '단짠 식단'부터 피하세요
인슐린 대사 제대로 못하는 질환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인슐린 대사 기능이 이뤄지지 않는 질환이다.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진다. 이 때문에 다양한 증상이 생기고 소변으로 포도당을 많이 배출하게 된다.

당뇨병은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구분된다. 1형 당뇨병은 선천적으로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해 생긴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면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소화하지 못한다. 고열량, 고지방, 고단백 식단을 주로 섭취하고 운동이 부족하면 생기기 쉽다. 유전자 결함, 췌장 수술, 감염 등으로도 2형 당뇨병이 생긴다.

혈당 수치가 높아져도 대부분 환자는 증상을 잘 알지 못한다. 혈당이 많이 올라가면 갈증이 나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소변량이 늘어 화장실을 자주 간다. 체중도 빠진다. 오랫동안 고혈당 상태가 유지되면 다양한 합병증이 생긴다. 실명을 유발하는 망막병증, 신장에 문제가 생기는 신기능 장애, 저림 통증 등의 신경병,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커진다.

당뇨병은 혈액검사로 진단한다. 증상이 없는 환자는 8시간 이상 금식한 뒤 측정한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일 때, 포도당 용액을 마신 뒤 2시간 뒤 혈당이 200mg/dL 이상일 때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물을 많이 마시거나 소변이 많아지는 등 당뇨병 의심 증상이 있으면서 혈당이 200mg/dL 이상일 때도 마찬가지다.

족부 절단 원인인 당뇨발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환자 상황에 따라 혈당 목표를 세우고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당뇨발은 당뇨 환자가 입원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당뇨 환자 15%가 평생 한 번 이상 당뇨발을 앓는다. 당뇨발은 환자 70~80%가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하지만 통증이 적고 환자 관심이 적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환자도 많다.

당뇨발은 환자 발에 생기는 작은 상처부터 괴사까지 모든 질환을 포함한다.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매일 발을 관찰해야 한다”며 “발의 일정 부위가 붉어지거나 굳은살이 많이 생기고 내성 발톱이 있으면 더욱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당뇨발 예방을 위해 발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건조해지거나 갈라지지 않도록 보습제를 바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이힐이나 슬리퍼보다 쿠션감 있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발톱은 일자로 잘라 상처를 예방해야 한다.

당뇨발이 생긴 환자는 당뇨망막병증도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눈 망막에 문제가 생겨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황반부(망막 중심부)까지 문제가 생기면 실명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이 2004~2011년 당뇨발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망막 검진을 했더니 환자 90%가 당뇨망막병증이었다. 55%는 실명 위험이 큰 환자였다. 당뇨발이 없는 환자에게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위험은 5% 정도다. 당뇨발 환자 중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일수록 당뇨망막병증 발생 확률은 더 높았다.

당뇨 있으면 구강검진 필수

당뇨는 치주질환을 악화시키는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치주질환 자체로도 당뇨 합병증이다. 당뇨 환자는 고혈당 증상을 호소하는데 이때 치주질환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치주질환 위험이 세 배 정도 높다. 담배까지 피우면 위험은 20배까지 올라간다. 당뇨환자는 구강건조증, 충치, 구강 칸디다균 감염 등의 구강질환도 생기기 쉽다. 홍지연 경희대 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당뇨환자는 증상이 없어도 3~6개월에 한 번 정기 구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당뇨병이 있는 고령환자의 걱정 중 하나는 임플란트 시술 가능 여부다. 전문의들은 혈당조절이 잘되는 당뇨 환자라면 임플란트 수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당화혈색소 6.5% 미만, 공복 혈당 126mg/dL 미만이고 케톤이 검출되지 않으면 수술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수술 후 음식을 잘 먹게 되면 식욕 조절이 어려워져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한다. 임플란트 시술 이후 혈당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는 당뇨 환자는 이보다 복잡하다. 임플란트 수술 중 저혈당 쇼크 등이 생길 수 있다. 수술 중 스트레스로 고혈당 위험도 커져 주의해야 한다. 혈당이 높으면 조직이나 장기가 저산소 상태가 된다. 세균을 흡수해 분해하는 호중구의 기능이 떨어져 감염 위험도 커진다. 임플란트 주위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구강검진을 받아 잇몸을 관리해야 한다.

당뇨병 전조증상 대사증후군

당뇨병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인 대사증후군일 때 혈당을 관리하면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이 같은 당뇨 고위험군 시기에 운동과 식이조절로 체중을 조절하거나 약물치료를 미리 받아야 한다. 예방 효과가 10년 이상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는 알맞은 양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달거나 짠 음식,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한다. 이상열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채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 단백질이 풍부한 콩, 유제품, 해산물 위주로 섭취해야 한다”며 “특정 음식이 당뇨병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해당 음식만 섭취하는 환자도 있는데 오히려 필수 영양소가 결핍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운동도 당뇨병 예방에 도움된다. 주 3회, 30분 이상 운동하면 심폐기능 근력 면역력을 높여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급하게 운동하거나 무리하면 다칠 수 있다. 체력에 맞은 방법을 찾아 꾸준히 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상열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홍지연 경희대 치과병원 치주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