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지난 2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7’에서 600여 명의 청중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팀 황 피스컬노트 창업자가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지난 2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7’에서 600여 명의 청중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팀 황 피스컬노트 창업자가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열기와 열정으로 가득

수년째 개근한 '고정팬' 많아… "인재포럼 오면 세상의 변화 느낀다"
교육부, 한국경제신문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올해 인재포럼은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사전 등록한 청중만 4956명에 달했다. 두 번째 날인 2일엔 사전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현장에서 등록한 뒤 무료로 참가할 수 있어 이틀간 다녀간 인원은 5000명을 족히 넘겼다. 참가 청중의 국적도 80여 개국에 달했다. 중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참석자들이 몰렸다. 국내 거주 중인 유학생이 대부분이다.

올해 인재포럼의 가장 큰 특징은 ‘쌍방향’이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청중이 강연 도중 질문을 올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깊이 있고, 다양한 질문이 발표자들에게 전달됐다. 이틀간 청중에서 나온 질문 수는 786개에 달한다. 박동선 APEC국제교육협력원장은 “질의응답 시간을 15분 정도 할애했는데 이마저도 모자랐다”고 말했다. 청중들끼리 모바일에 올라온 질문을 ‘크로스 체크(교차 확인)’하다 보니 질문의 질(質)도 평균 이상이었다.

혁신대학 미네르바스쿨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평가모델을 보여준 ‘첨단 미래학교의 모습은 무엇일까’라는 세션에선 100개를 웃도는 질문이 쏟아졌다. 좌장을 맡은 조벽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한 세션에서 이렇게 많은 질문이 쏟아진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라며 “그만큼 교육혁신에 열망이 크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학습혁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미래 일자리를 주제로 한 각 세션에서도 50~60개 질문이 연단으로 향했다.

◆명실공히 최고의 HR 포럼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글로벌 인재포럼이 HR(인적 자원) 분야에 전문화된 국제 행사로 자리잡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호주 멜버른의 한 기업에서 HR을 담당하는 준 스미스(60)는 “제조업이 강한 나라인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K사 대표는 “사모펀드도 기업을 인수한 다음 가장 고민하는 것이 인사 문제”라며 “글로벌 인재포럼의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올해 포럼은 ‘미래 세대’의 가능성을 십분 보여준 행사이기도 했다. 아침 일찍 열리는 첫 번째 세션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지하철로 이동한 앳된 얼굴의 소년·소녀들이 줄을 이었다. 이현식 군(15·KAIST 차세대 영재기업인과정)은 “코너 월시 미국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 연구소장의 ‘소프트 웨어러블 로보틱스’ 강연을 통해 웨어러블 기술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겐 진로 설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발명에 관심이 많은 지서경 양(14·화도진중)은 “벤 박 핑거팁스랩 공동창업주에게 창업 비결을 물어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주성민 군(15·포스텍 영재기업인교육원 과정)은 “이번 포럼에서 적정기술과 로보틱스 창업의 구체적인 정보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 입장 못해 모니터로 강연 들어요 >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7’ 참가자들이 첫날인 1일 행사장 밖에서 ‘지능정보사회와 미래인재’를 주제로 한 기조세션을 경청하고 있다. 입장하지 못한 청중들이 밖에서 모니터로 강연을 듣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입장 못해 모니터로 강연 들어요 >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7’ 참가자들이 첫날인 1일 행사장 밖에서 ‘지능정보사회와 미래인재’를 주제로 한 기조세션을 경청하고 있다. 입장하지 못한 청중들이 밖에서 모니터로 강연을 듣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올해로 12회째 열린 포럼이다 보니 ‘고정팬’도 상당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4년째 포럼에 참석한 이정인 씨(20·연세대 도시공학과)는 “글로벌 인재포럼에 오면 세상의 변화를 직접 느끼고 어떤 사람이 돼야 할지 고찰하게 돼 좋다”고 말했다.

9년째 포럼에 참석한 강혜영 전남대 명예교수는 “노인들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AI 발달로 자녀와 손자들의 직업이 어떻게 변할지 걱정돼 참석했다”고 했다.

참석자와 연사들이 ‘멘티’와 ‘멘토’로 만날 수 있는 점은 글로벌 인재포럼의 또 다른 장점이다. 포럼의 목적이 미래 인재양성이기 때문에 참석하는 연사들도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어서다. 김지은 양(16·효성고)은 “지난해 포럼에서 내털리 사이즈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문을 만났는데 먼저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해왔고 인스타그램도 서로 팔로하고 있다”며 “과학분야에서 길러야 할 역량에 대한 조언도 듣고 일상 얘기도 나눈다”고 말했다.

■ 뜨거웠던 글로벌 인재포럼

수년째 개근한 '고정팬' 많아… "인재포럼 오면 세상의 변화 느낀다"
‘글로벌 인재포럼 2017’이 사흘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연인원 500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행사가 열린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을 열기로 가득 채웠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연사들은 한국 청중의 열의에 매료됐다. 질문이 100개 넘게 쏟아진 세션이 있을 정도다.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들은 강연이 끝난 뒤에도 유창한 영어로 연단에서 내려온 발표자들을 에워싸곤 했다. 폴 킴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원장은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