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강제 출당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효상 대변인, 홍 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강제 출당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효상 대변인, 홍 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3일 ‘1호 당원’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20년 관계를 끊었다. 의리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바른정당과 보수 통합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가 크게 작용했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 ‘위법한 결정’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당내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친박계 반발 속 제명 강행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의 당적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며 제명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보수우파 세력이 허물어진 것에 대해 한국당 당원과 저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당초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하려 했다. 하지만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이 “당내 커다란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어 지금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는 등 반대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홍 대표는 대표 직권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명을 확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한국당이 국민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해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홍 대표는 “(현 정부는) 박 전 대통령 문제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 기간까지 연장하면서 정치재판을 하고 있다”며 “한국당이 보수우파 본당으로 거듭나려면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제명 결정은 당규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 후 열흘 안에 이의 제기가 없으면 제명 처분하도록 돼 있고, 처분의 주체는 당대표”라고 일축했다.

◆박근혜와 20년 인연 끝

박 전 대통령은 정계 입문 20년 만에 타의로 당적을 잃었다. 전직 대통령의 첫 강제 출당 사례다.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대통령선거 직전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듬해 4월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본격적으로 정치 전면에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과 차떼기 대선 자금 수수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몰린 2004년 대표를 맡아 121석을 얻으며 당을 구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예상을 깨고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등 위기 때마다 보수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홍 대표도 이날 “20년 동안 국회의원, 당대표 등을 지내며 침몰하는 당을 구하기도 했다”고 박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당적은 사라지지만 앞으로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계개편 신호탄 되나

박 전 대통령 출당을 계기로 보수 야권 재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통합파는 탈당 D데이를 오는 6일로 잡고 있다. 통합파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5일 의원총회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상태지만 양측 간 의견차가 커 막판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합파가 의총 다음날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하고, 9일께 한국당에 합류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한 통합파 의원은 6일 탈당 선언 직후 곧바로 한국당에 복당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7일과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므로 그 이후에 복당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통합파의 탈당이 의원들뿐 아니라 원외위원장과 지역 당원들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어서 이들의 거취 및 처우 문제 등을 놓고 한국당과 논의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탈당에 합류하는 통합파 의원은 7~10명으로 추정된다.

바른정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서 원내 입지가 급속히 위축되는 만큼 당 잔류 자강파는 국민의당과의 정책·선거연대를 추진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른정당 통합파의 탈당이 야권 개편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