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올라타도 될까.’

고속질주 중인 현대자동차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5월23일 장중 기준 연중 최고가인 17만3000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속절없이 떨어졌다. 9월8일 연중 최저가인 13만3000원을 밟은 뒤 유턴해 상승세에 속도가 붙었다. 현대차는 지난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500원(0.94%) 오른 16만1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연중 최저가를 찍은 뒤 약 두 달 만에 21.42% 상승했다. 연중 최고가의 93.35%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빅데이터 이 종목] '실적 주유(注油)' 마친 현대차, 가속페달 밟나
◆눈앞에 둔 박스권 상단

현대차는 2015년 5월11일 17만5500원을 ‘터치’한 이후 2년6개월간 12만~17만3000원의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지금 주가는 박스권 상단의 92.02%에 도달한 수준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한남WM센터장은 “현대차 투자를 저울질하는 고액자산가 중에는 ‘주가가 꼭지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현대차의 상승세가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주가 상승 여부를 결정하는 세 가지 축인 실적, 수급,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괜찮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에 1조204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 동기(1조681억원)보다 12.74%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1조1000억원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4분기에도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업계 추정치 평균)는 11억5400만달러(약 1조2919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30.9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엔 내수시장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선보인 G70의 3분기 내수시장 판매 대수는 199대에 불과했지만 4분기에는 월 2000대가량이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쌍끌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달 현대차를 각각 1437억원, 849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에 외국인과 기관이 많이 사들인 종목 순위 5위와 7위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는 “기관들은 한동안 현대차를 투자바구니에 담지 않았기 때문에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며 “4분기 실적 개선 기대가 커 ‘큰손’들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매력이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현대차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순자산)은 0.6배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 글로벌 톱5(도요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 르노닛산 현대·기아차) 중 가장 낮다.

◆레벨업 가능할까

현대차가 박스권 상단을 뚫고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에 안착하려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판매 회복이란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던 중국시장에선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3분기 중국 판매량은 18만8000대로 최악으로 떨어졌던 2분기(15만5000대)보다 늘어났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는 내년부터 올해보다 2.5%포인트 높은 10%의 자동차 구매세가 붙는다”며 “해가 가기 전에 차를 사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중국시장 판매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시장에서 고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 연구원은 “현대차는 3분기에 유럽 인도 러시아 브라질에서 뛰어난 실적을 냈지만 미국에서의 부진 탓에 다른 지역에서의 선전이 묻혔다”며 “미국시장에서 전략 실패로 재고가 늘고 있는 점과 마케팅 경쟁 가열로 인센티브가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오르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