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브로드컴, 퀄컴 인수 검토"…거세지는 반도체 '합종연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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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 "인수가 1000억달러"
거래 성사땐 역대 최대 M&A
퀄컴 주가, 장중 한때 19% 급등
자율주행차·클라우드·IoT로 반도체칩 시장 점점 커져
업계, 경쟁 심화에 합병으로 대응
거래 성사땐 역대 최대 M&A
퀄컴 주가, 장중 한때 19% 급등
자율주행차·클라우드·IoT로 반도체칩 시장 점점 커져
업계, 경쟁 심화에 합병으로 대응
세계 4위 반도체칩 회사인 브로드컴이 3위 퀄컴을 1000억달러(약 111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3일 보도했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고가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도체칩 시장이 모바일 중심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인터넷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확대되면서 업계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퀄컴 주가가 급등한 배경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브로드컴이 주당 약 70달러에 퀄컴을 인수하는 제안서를 놓고 자문단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정확한 인수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1000억달러 이상으로 업계 최고 거래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퀄컴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장중 19%까지 급등했다가 13% 상승하며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910억달러로 증가했다. 브로드컴 주가도 5.5% 올라 시총이 1120억달러로 불어났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아바고테크놀로지스가 370억달러에 인수한 브로드컴은 인텔 삼성전자 퀄컴에 이어 반도체칩 매출 규모 세계 4위 업체다. 와이파이 브로드밴드 등 기업용 네트워크 칩이 주요 제품이다. 스마트폰용 칩, 셋톱박스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브로드컴은 퀄컴과 마찬가지로 공장이 없는 팹리스업체다.
퀄컴은 애플의 아이폰 등에 칩을 독점 공급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모바일용 칩 시장 선두로 올라섰다. 세계에서 팔리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퀄컴의 칩 특허기술이 들어간다.
브로드컴과 퀄컴의 인연은 13년 전 특허소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브로드컴은 퀄컴이 디지털비디오 기술 등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 5년간 법정다툼 끝에 8억9100만달러 배상금을 받아냈다. 당시 언론은 “‘골리앗’ 퀄컴이 ‘다윗’ 브로드컴에 쓰러졌다”고 평가했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모바일 칩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두 회사의 중첩 분야인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술은 반독점 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
◆백악관이 인수 요청했나
퀄컴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확정된 것은 없지만 이번 M&A가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퀄컴에 돌파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퀄컴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불공정거래 행위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중국, 한국, 대만에서는 총 5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퀄컴은 또 올 들어 애플과의 특허료 분쟁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내년부터 퀄컴 칩 대신 인텔 등 다른 회사의 칩을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테이시 래스곤 번스테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브로드컴이 소송 이슈를 잘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와 애플의 관계가 퀄컴과 애플 간 소송분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인수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 CEO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면서 알려졌다. 미 정부가 퀄컴의 불공정거래 과징금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브로드컴에 퀄컴 인수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인수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날인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브로드컴이 싱가포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탄 CEO는 미국의 법인세 감세 혜택을 바라고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며 화답했다. 브로드컴은 아바고테크놀로지스에 인수되기 전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본사를 둔 미국 회사였다.
◆자율주행차용 칩 시장 확대
브로드컴과 퀄컴의 M&A 추진은 최근 반도체업계에 불어닥친 지각변동 흐름을 반영한다. 반도체업체들은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몸집 불리기로 매출 증가를 꾀하고 있다. 모바일을 넘어 자동차, 초인종, 공장설비까지 광범위하게 무선통신용 반도체칩이 사용되면서 업계의 디지털 기술 확보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사각지대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616개의 칩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업계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본격적인 반도체업계 합종연횡은 지난해 퀄컴이 390억달러 규모의 NXP반도체 인수를 추진하며 촉발됐다. NXP는 프리스케일을 120억달러에 인수하며 자율주행차용 반도체칩 시장 1위로 성장한 회사다.
3일엔 마블테크놀로지가 카비움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두 회사가 합치면 140억달러 규모의 거대 클라우드 서버칩 제조사가 탄생한다. 도시바의 메모리사업은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매각을 진행 중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퀄컴 주가가 급등한 배경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브로드컴이 주당 약 70달러에 퀄컴을 인수하는 제안서를 놓고 자문단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정확한 인수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1000억달러 이상으로 업계 최고 거래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퀄컴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장중 19%까지 급등했다가 13% 상승하며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910억달러로 증가했다. 브로드컴 주가도 5.5% 올라 시총이 1120억달러로 불어났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아바고테크놀로지스가 370억달러에 인수한 브로드컴은 인텔 삼성전자 퀄컴에 이어 반도체칩 매출 규모 세계 4위 업체다. 와이파이 브로드밴드 등 기업용 네트워크 칩이 주요 제품이다. 스마트폰용 칩, 셋톱박스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브로드컴은 퀄컴과 마찬가지로 공장이 없는 팹리스업체다.
퀄컴은 애플의 아이폰 등에 칩을 독점 공급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모바일용 칩 시장 선두로 올라섰다. 세계에서 팔리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퀄컴의 칩 특허기술이 들어간다.
브로드컴과 퀄컴의 인연은 13년 전 특허소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브로드컴은 퀄컴이 디지털비디오 기술 등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 5년간 법정다툼 끝에 8억9100만달러 배상금을 받아냈다. 당시 언론은 “‘골리앗’ 퀄컴이 ‘다윗’ 브로드컴에 쓰러졌다”고 평가했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모바일 칩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두 회사의 중첩 분야인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술은 반독점 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
◆백악관이 인수 요청했나
퀄컴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확정된 것은 없지만 이번 M&A가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퀄컴에 돌파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퀄컴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불공정거래 행위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중국, 한국, 대만에서는 총 5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퀄컴은 또 올 들어 애플과의 특허료 분쟁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내년부터 퀄컴 칩 대신 인텔 등 다른 회사의 칩을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테이시 래스곤 번스테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브로드컴이 소송 이슈를 잘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와 애플의 관계가 퀄컴과 애플 간 소송분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인수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 CEO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면서 알려졌다. 미 정부가 퀄컴의 불공정거래 과징금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브로드컴에 퀄컴 인수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인수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날인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브로드컴이 싱가포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탄 CEO는 미국의 법인세 감세 혜택을 바라고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며 화답했다. 브로드컴은 아바고테크놀로지스에 인수되기 전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본사를 둔 미국 회사였다.
◆자율주행차용 칩 시장 확대
브로드컴과 퀄컴의 M&A 추진은 최근 반도체업계에 불어닥친 지각변동 흐름을 반영한다. 반도체업체들은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몸집 불리기로 매출 증가를 꾀하고 있다. 모바일을 넘어 자동차, 초인종, 공장설비까지 광범위하게 무선통신용 반도체칩이 사용되면서 업계의 디지털 기술 확보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사각지대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616개의 칩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업계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본격적인 반도체업계 합종연횡은 지난해 퀄컴이 390억달러 규모의 NXP반도체 인수를 추진하며 촉발됐다. NXP는 프리스케일을 120억달러에 인수하며 자율주행차용 반도체칩 시장 1위로 성장한 회사다.
3일엔 마블테크놀로지가 카비움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두 회사가 합치면 140억달러 규모의 거대 클라우드 서버칩 제조사가 탄생한다. 도시바의 메모리사업은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매각을 진행 중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