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금폭탄' 후폭풍…지배구조 개편 '가속'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과세 연구용역 문건에서 재계가 가장 예의주시하는 대목은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한 과세 가능성 검토’다.

주식가치 상승분 과세는 기존 영업이익에 근거한 과세보다 기업 부담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 대상이 되고 있다. 2011년 당시 이정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9개 대기업 12명의 지배주주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주식가치 상승분에 과세하는 것이 영업이익에 과세하는 것보다 예상세액이 최대 10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계산은 한상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같은해 8월5일 한국조세연구원(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특수관계 기업 간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이익에 대한 과세방안’ 공청회에서 제시한 과세안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이 의원 등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2010년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각각 800억원, 1300억원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영업이익을 기초로 한 과세액(104억원, 167억원)보다 7~8배가량 많은 수치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식가치 상승분을 기초로 과세하면 주가 상승분이나 산식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대주주의 과세부담액은 주가가 오를수록 기존 영업이익 과세 때보다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는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한 과세가 현실화하면 과세를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할 것임을 뜻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규제를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자 지난 7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총수 일가가 100% 보유한 시스템통합(SI) 부문 계열사 유니컨버스 지분을 모두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S&C를 물적 분할한 뒤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부 지분 44.6%를 사모펀드인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