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전기차 구매 시 적용하던 세액 공제 폐지안이 발의됐다. 보조금을 발판 삼아 성장하던 전기차 시장과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고립무원'
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은 세금 개혁의 일환으로 전기차 구매 시 적용하던 7500달러의 연방 세액 공제 폐지안을 발의했다. 이 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내년부터 시행하게 된다. 미 연방정부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전기차 육성을 목적으로 전기차(EV)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구매 시 2500~7500달러의 세액을 공제해 왔다.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전기차 시장은 정부 보조금과 성장세를 함께해왔다. 미국 조지아주는 2015년 주정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 5000달러를 삭감하자 한 달에 1400대가 판매되던 전기차 판매량이 월평균 100대 이하로 줄어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비에 모스케 보스턴컨설팅그룹 선임 파트너는 “인센티브가 없는 시장에서는 테슬라 모델3나 GM 볼트, 닛산 리프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테슬라는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적자를 기록한 데다 보급형 모델인 ‘모델3’ 생산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으로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2위의 전기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보조금 지급이 폐지될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도 직격탄을 맞는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로 꼽히지만 실적은 이제 막 흑자 전환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분기 LG화학의 전지사업 부문은 매출 1조1888억원, 영업이익 181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의 전지부문 매출은 1조1679억원이다. 영업손익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수십억원대의 적자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전지 등 신규 사업이 속해 있는 기타 부문 매출이 1385억원, 영업적자는 776억원에 달했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싶어도 국내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아직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추격해 오는 것도 고민이다. 파나소닉은 지난달 1000억엔을 투입해 일본 중국 미국에서 동시 증설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