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줄을 잇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2일 정부 채무를 재조정해 채무 상환 부담을 덜겠다고 밝힌 것이 시장의 불안을 오히려 증폭시키면서 채권 가격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 채권을 헐값에 매입했다는 비판을 받은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마두로 대통령의 채무 재조정 관련 발표 후 닷새 동안 입은 손실액은 5400만달러(약 603억원)에 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2022년 만기 베네수엘라 국채(30억달러 규모) 가격이 3일 액면가 1달러당 45센트에서 32센트로 급락하고, PDVSA 회사채 가격도 액면가 1달러당 49센트에서 32센트로 떨어지면서 발생한 손실이다.

골드만삭스는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6월 PDVSA가 발행한 2022년 만기 회사채 8억6500만달러어치(액면가 1달러당 31센트)를 매입했다. 액면가(28억달러)의 3분의 1도 안 되는 매입가 때문에 논란이 거셌다. 사실상 국정이 마비된 상태에서 마두로 정부에 자금을 대줬다는 비판이 일었다.

베네수엘라가 채무 재조정에 실패하면 디폴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액은 100억달러가 채 안 된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부채 규모는 40억달러에 달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베네수엘라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떨어뜨렸다. 피치는 베네수엘라 신용등급을 ‘CC’에서 ‘C’로 강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베네수엘라 국가 신용등급과 PDVSA 신용등급을 모두 ‘CCC-’에서 ‘CC’로 낮췄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