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국빈방문’이 오늘 시작된다. 서울서 25시간 체류하는 짧은 일정이지만, 우리로서는 말 그대로 귀한 손님을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했고, 8일 이한하면서는 바로 중국을 찾는다. 한·중·일 3국과 슈퍼강국 미국의 연쇄 정상외교는 내용뿐 아니라 형식·절차로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4차례 식사와 골프로 미·일의 긴밀한 동맹관계를 세계에 과시했다. 총리가 지휘한 일본 고유의 극진한 손님맞이 정성이 멀리서도 보일 정도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핵해결 공조의지를 거듭 다진 것과 달리 경제인들과의 대화에서는 ‘연간 700억달러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트럼프식 직설화법’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우호환대 분위기에 불협화음은 상당 부분 가려졌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자금성 내 비공개 구역인 건복궁(建福宮)에서 연회를 열기로 하는 등 최고 예우를 준비 중이다. 북핵문제와 무역역조 등 불편한 이슈가 적지 않지만, 국빈으로 환영하는 것이다. 일본도 중국도 다 자국 이익극대화 차원의 미국 대통령 환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각별한 환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220여 개나 되는 소위 ‘사회단체’들 모임인 ‘노(NO)트럼프 공동행동’이 골칫거리다. 7~8일 대대적인 반(反)트럼프 도심집회를 잇달아 갖겠다고 한다. 광화문 광장-청와대 인근-숙소 예정지를 동선에 맞춰 따라가며 반미·반전을 외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국회연설 저지 행동’까지 예고해 경찰에는 최고 비상이 걸렸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달라”는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했다.

국가차원의 국빈을 이렇게 맞는 것은 우리 전통과도 맞지 않는다. 동맹국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와 손님에 대한 예의는 선진사회의 교양이요 도리다. 외교안보팀에 맡겨진 책무도 막중하다.정상 간 작은 균열이나 이견이 여과나 조율 없이 그대로 노출되면 거리에서 거친 행동을 부르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북핵 해결도, FTA 재협상도 모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