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산하 투자·출연기관 근로자이사(노동이사)의 신분을 특별 보장하고 경영참여 권한은 크게 확대하는 지침을 마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조례만으로 도입된 서울시 근로자이사제가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데도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고 있어서다. 근로자이사제가 의사결정의 효율성 저하 등 부작용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는 진작부터 나온 상황이다.

서울시 산하기관의 근로자이사는 비상임이지만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막중한 자리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지침을 통해 투자·출연기관장으로 하여금 분기마다 노조위원장, 근로자이사와 정례회의를 갖도록 했다. 기관장 주재의 주요 정책회의에도 근로자이사를 참석시키도록 했다. 이사회 참석만으로는 근로자이사가 회사 측에 충분히 의사를 전달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앞세웠지만 납득하기 힘들다. 기관장들의 경영자율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근로자이사가 원하는 보직에 근무하도록 하고 근무평점도 ‘B등급 이상’ 받도록 보장한 지침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는 근로자이사에 대한 해고와 임금 삭감 등 어떤 불이익 처분도 금지하고, 1인당 500만원씩 들여 내년 상반기에 해외연수를 보낸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존재 이유가 시민을 위한 것인지, 근로자나 노조를 위한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법 22조에 따르면 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제정한 근로자이사제 조례는 상위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가 노동이사제 근거 마련을 위해 내년 초에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데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서울시는 독일 등의 사례를 감안할 때 근로자이사제가 노사 화합을 촉진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집행기구인 경영이사회와 견제를 맡는 감독이사회가 분리돼 있고 근로자이사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한다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독일도 제도 취지에 비해 의사결정 효율성 저하 등 부작용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