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장이근 (중) 이정환 (우) 김홍택
(좌) 장이근 (중) 이정환 (우) 김홍택
한국프로골프(KPGA)투어가 지난 5일 카이도투어챔피언십(총상금 5억원)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KPGA투어는 작년보다 6개 늘어난 19개 대회로 성장했다. 총상금 규모도 지난해 95억원에서 올해 139억5000만원으로 52.1% 증가했다. KPGA투어 사상 최대 상금 규모(15억원)로 처음 열린 제네시스챔피언십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등 한국 남자 골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여자 골프처럼 투어를 지배하는 ‘대세’ 골퍼의 부재는 남자 골프 흥행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또 마지막 대회 상금 규모가 절반으로 깎이는 등 투어 운영 미숙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컸다.

◆제네시스챔피언십, 쏟아진 신기록

대회 수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됐다. 우선 역대 최소타 기록이 경신됐다. 장이근(24)은 지난 9월 지스윙메가오픈에서 나흘 동안 28언더파를 기록, KPGA투어 사상 72홀 최소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종전 이형준 26언더파 262타)을 세웠다. 이 대회에선 꼴찌도 1언더파를 적어내는 등 예선통과자 전원이 언더파 이상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 때문에 “코스가 너무 쉬워 변별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스윙메가오픈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불곰’ 이승택(22)은 12언더파 60타를 쳐 18홀 최소타 기록(종전 마크 레시먼, 중친신 11언더파 61타)을 새로 썼다. 올해는 홀인원도 20개가 나왔다. 종전 최다 기록인 2013년 13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린 제네시스챔피언십에는 나흘간 2만7000명이 몰려 남자 골프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이 대회에는 한국오픈(12억원)보다 3억원 많은 15억원의 총상금이 걸렸다. 서울과 가까운 골프장인 데다 2년 전 프레지던트컵이 열린 곳이어서 갤러리들이 대거 몰렸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 치러진 PGA투어 대회인 CJ컵은 남자 골프의 매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흥행 주도 ‘대세 선수’ 부재

올 시즌에는 새로운 스타 골퍼들이 탄생했다. 아시안투어에서 활동하다 메이저 대회인 한국오픈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장이근이 대표적이다. 장이근은 올 시즌 2승을 거두며 남자 투어를 이끌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이정환(26·PXG)도 올해 돋보인 선수였다. 그는 18개 대회에 출전해 1승을 포함, 톱10에 일곱 차례 진입하면서 대상포인트 2위에 올랐다. 카이도시리즈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부산오픈 우승자 김홍택(24)도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는 1부투어 데뷔 이전 스크린골프대회에서 활약하며 ‘스크린골프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 시즌 신인상은 장이근, 제네시스 대상의 주인공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진호(33·현대제철)였다. 최진호는 대상 수상으로 상금 1억원, 제네시스 세단과 함께 유러피언프로골프(EPGA)투어 직행 티켓도 거머쥐었다.

아쉬운 점은 투어 흥행에 핵심 요소인 ‘대세 골퍼’가 없었다는 것이다. 멀티 챔프가 나오긴 했지만 작년처럼 ‘춘추전국시대’ 형국이 이어졌다. A급 골퍼들이 포진해 있는 여자투어와 달리 남자들은 톱랭커 대부분이 해외무대에서 뛰고 있어 대중의 이목을 확실히 끌어모으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축소된 상금 규모도 달아오르는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5일 막을 내린 카이도투어챔피언십은 개막을 앞두고 총상금 규모가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