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트럼프 스타일로 협상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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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서강대 국제협상학 교수 특별기고
서울에 온 트럼프 대통령과는 트럼프 스타일로 협상해야 한다.
트럼프식 협상의 가장 큰 특징은 핵심을 바로 파고들며 상대에게 직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하는 말들을 보면 아주 단순 명료하고 때로는 자극적이다.
"한미 FTA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나쁜 무역 협정이다."
사실 한미 FTA가 발효된 후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대미무역 흑자가 2배로 늘어났다.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미국인의 일자리 도둑'이라는 아주 심플한 철학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트럼프식 협상의 두 번째 특징은 그의 저서 '협상의 기술'에서 밝혔듯이 화끈하게 상대와 거래하는 통 큰 협상(Think-Big)이다. 엄청나게 큰 덩치답게 그는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Give&Take식 통 큰 협상 전략을 좋아한다. 이 같은 그와 협상할 때 구질구질하게 행동하거나 말을 돌려 암시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조심해야 할 건 트럼프식 '파이트-백(fight-back)' 이다. '나는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방이 협조적으로 나오면 나도 부드럽게 대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협조적이지 않으면 아주 거칠게 반격한다.' 사실 이 말은 맞는 것 같다.
그는 지금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CNN, New York Times 등 주요 언론과 '파이트-백'하고 있다. 그들이 자기에 대해 편파적 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조지W. Bush나 오바마 대통령 같으면 대개 언론과는 싸우려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따라서 우리도 과거 미국과 협상하던 관례에 따라 구태 연한 옛날방식으로 협상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방문한 일본에서의 협상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예상한대로 아베총리와 만나 두 나라 사이의 무역불균형에 대해 몇 번이나 언급했다. 일본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선 미국자동차가 일본시장에 발도 못 붙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리고 일본 상공을 날아갈 북한 미사일을 떨어트리기 위해 보다 많은 미국산 무기를 사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다. 엄청난 대미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이 미국상품이나 에너지, 또는 무기까지도 더 많이 사라는 것이다. 능숙한 아베총리는 극진한 황제골프접대와 함께 미일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협조의 메시지를 보냈다. 일단 일본은 트럼프의 거칠게 후려치기 '파이트-백'은 피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어려운 협상의 공(ball)이 우리에게로 넘어왔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같은 상대와 협상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트럼프 같은 상대와 협상하는 게 편한 점도 있다. 직선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밝히기 때문이다. 사실 제일 협상하기 힘든 상대는 자신의 속마음을 안 드러내고 헷갈리게 하는 협상자이다.
그가 이번에 우리에게 내밀 카드는 아주 간단명료하다.
'그간 두 나라 사이의 무역이 공정하지 않았기에 한국의 대미 무역적자도 늘어났다. 그렇기에 미국인의 일자리 도둑인 한미FTA는 개정되어야 한다'일 것이다.
이제 우리도 트럼프 식으로 협상해 멋지게 그의 요구를 맞받아치면 좋겠다. 우리 대통령도 화끈한 경상도 사나이답게 통 크게 나가는 것이다.
"임기 내에 두 나라 사이의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겠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 돈-워리(Don't Worry)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확실한 협조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그의 정치적 지지자들을 상당히 의식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얼른 받아 트위터에 올릴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 가서 큰 성과를 냈다. 한국이 대미무역흑자를 줄이기로 했다. 앞으로 미국인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생큐 프레지던트 Moon!"
물론 무역은 기업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대미무역흑자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산 셰일가스의 수입 같이 숨겨진 카드(hidden-card)가 있는 우리로서는 얼마든지 '노력하겠다'는 성의를 보일 수는 있다.
이번 방한에서 우리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화끈하고 통 큰 협상을 하며 날로 높아지는 한미통상 갈등의 파고가 좀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장·국제협상학 syahn@sogang.ac.kr >
트럼프식 협상의 가장 큰 특징은 핵심을 바로 파고들며 상대에게 직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하는 말들을 보면 아주 단순 명료하고 때로는 자극적이다.
"한미 FTA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나쁜 무역 협정이다."
사실 한미 FTA가 발효된 후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대미무역 흑자가 2배로 늘어났다.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미국인의 일자리 도둑'이라는 아주 심플한 철학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트럼프식 협상의 두 번째 특징은 그의 저서 '협상의 기술'에서 밝혔듯이 화끈하게 상대와 거래하는 통 큰 협상(Think-Big)이다. 엄청나게 큰 덩치답게 그는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Give&Take식 통 큰 협상 전략을 좋아한다. 이 같은 그와 협상할 때 구질구질하게 행동하거나 말을 돌려 암시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조심해야 할 건 트럼프식 '파이트-백(fight-back)' 이다. '나는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방이 협조적으로 나오면 나도 부드럽게 대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협조적이지 않으면 아주 거칠게 반격한다.' 사실 이 말은 맞는 것 같다.
그는 지금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CNN, New York Times 등 주요 언론과 '파이트-백'하고 있다. 그들이 자기에 대해 편파적 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조지W. Bush나 오바마 대통령 같으면 대개 언론과는 싸우려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따라서 우리도 과거 미국과 협상하던 관례에 따라 구태 연한 옛날방식으로 협상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방문한 일본에서의 협상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예상한대로 아베총리와 만나 두 나라 사이의 무역불균형에 대해 몇 번이나 언급했다. 일본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선 미국자동차가 일본시장에 발도 못 붙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리고 일본 상공을 날아갈 북한 미사일을 떨어트리기 위해 보다 많은 미국산 무기를 사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다. 엄청난 대미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이 미국상품이나 에너지, 또는 무기까지도 더 많이 사라는 것이다. 능숙한 아베총리는 극진한 황제골프접대와 함께 미일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협조의 메시지를 보냈다. 일단 일본은 트럼프의 거칠게 후려치기 '파이트-백'은 피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어려운 협상의 공(ball)이 우리에게로 넘어왔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같은 상대와 협상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트럼프 같은 상대와 협상하는 게 편한 점도 있다. 직선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밝히기 때문이다. 사실 제일 협상하기 힘든 상대는 자신의 속마음을 안 드러내고 헷갈리게 하는 협상자이다.
그가 이번에 우리에게 내밀 카드는 아주 간단명료하다.
'그간 두 나라 사이의 무역이 공정하지 않았기에 한국의 대미 무역적자도 늘어났다. 그렇기에 미국인의 일자리 도둑인 한미FTA는 개정되어야 한다'일 것이다.
이제 우리도 트럼프 식으로 협상해 멋지게 그의 요구를 맞받아치면 좋겠다. 우리 대통령도 화끈한 경상도 사나이답게 통 크게 나가는 것이다.
"임기 내에 두 나라 사이의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겠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 돈-워리(Don't Worry)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확실한 협조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그의 정치적 지지자들을 상당히 의식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얼른 받아 트위터에 올릴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 가서 큰 성과를 냈다. 한국이 대미무역흑자를 줄이기로 했다. 앞으로 미국인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생큐 프레지던트 Moon!"
물론 무역은 기업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대미무역흑자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산 셰일가스의 수입 같이 숨겨진 카드(hidden-card)가 있는 우리로서는 얼마든지 '노력하겠다'는 성의를 보일 수는 있다.
이번 방한에서 우리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화끈하고 통 큰 협상을 하며 날로 높아지는 한미통상 갈등의 파고가 좀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장·국제협상학 syahn@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