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방한했다. 체류기간은 짧아도 미국 대통령으로선 25년 만의 국빈(國賓) 방문이기에 결코 의미가 가볍지 않다. 오자마자 미 8군 사령부가 있는 캠프 험프리스를 찾은 것부터가 상징적이다. 그는 방한 일성으로 “(한국과) 위대한 협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껄끄러운 점이 없지 않았던 한·미 동맹이 굳건함을 새삼 확인해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리아 패싱’ 우려에 대해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북핵 문제는) 잘될 것”이라고 했다. 획기적인 북핵 압박 메시지를 기대한 데는 못 미친다. 오히려 그는 통상 문제를 수시로 거론했다. 안보는 안보, 경제는 경제라는 게 트럼프식 접근법이다.

미국으로선 북핵이 당장의 이슈이긴 해도, 이번 아시아 순방이 ‘아시아 신(新)질서’ 구상을 위한 전략적 행보임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와의 4국 협력을 통해 중국의 해양 진출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번 순방에 맞춰 ‘아시아·태평양’이란 용어를 ‘인도·태평양’으로 바꾼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런 구상에 편승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보석 같은 동맹국’이란 발언까지 이끌어냈다.

문제는 미국의 ‘아시아 신질서’ 구상에서 한국의 역할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미·중 균형외교’, 중국과의 사드 협상에서의 ‘3불(不) 원칙’ 등에 대해 미국 내에선 불편해하는 시각이 있다. 의도와 달리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떠나기 앞서 동맹으로서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새삼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