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장수군 장수읍 동촌리 고분군에서 가야 수장층의 무덤임을 알려주는 재갈 등 마구류(馬具類·사진)와 토기류가 출토됐다. 문재인 정부가 가야사 복원을 위한 조사·연구를 국정과제로 선정한 가운데 이 같은 발굴 성과가 공개돼 경남 김해, 경북 고령 등 경상도 지역에 비해 조사가 미진했던 전북 동부 지역의 가야 유적에 대한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장수군과 전주문화유산연구원이 지난 4월부터 80여 기의 고분이 있는 동촌리 고분군을 발굴조사한 결과 30호분의 주곽(主槨)에서 재갈, 발걸이, 말띠꾸미개, 말띠고리 등 다양한 마구류가 출토됐다고 8일 밝혔다. 이 중 재갈은 고령 지산동, 합천 옥전, 함안 도항리, 부산 동래 복천동 고분군 등 경상도 지역 주요 가야 수장층 무덤에서도 출토된 것이어서 이 무덤의 주인공도 가야 수장층임을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다.

30호분은 남북 길이 17m, 동서 길이 20m, 잔존 높이 2.5m의 타원형으로, 피장자와 마구가 묻힌 주곽 1기와 부장품을 넣은 부곽(副槨) 2기가 배치됐다. 이 무덤에서는 마구 외에도 목긴항아리, 목짧은항아리, 그릇받침, 뚜껑 같은 토기류도 출토됐다.

문화재청은 “30호분은 고분 축조방법과 출토 유물 등으로 볼 때 6세기 전반께의 고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상학 전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기획부장은 “토기는 대가야, 소가야, 백제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며 “고분 축조 집단이 다른 지역과 교류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장수 동촌리 고분군에는 가야계 무덤 80여 기가 모여 있으며 지름이 20∼30m인 중대형 고분이 많다. 2015년 조사에서는 징이 박힌 편자가 나오기도 했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