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약삭빠른 처신 때문에 명분과 체통을 중시하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우습게 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 사회에는 이런 약삭빠름과 정반대되는 흐름도 있다. 일본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는 것을 보면 소위 ‘오타쿠’ 정신으로 일생 한우물을 파서 큰 업적을 낸 사례가 많다. 또한 어떤 정책을 오랫동안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에 따라 꾸준히 진행해가는 데서는 일본을 따라가기 어렵다. 지난주 국회에서는 일본 중앙교육심의회 위원장을 지낸 안자이 유이치로 일본 학술진흥회 이사장을 초청해 일본의 교육개혁에 대한 강연회를 열었다. 최근 일본이 전통적인 지식 주입식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지 못한다며 초·중등 교육과정부터 대학입시 및 대학교육까지 전체적으로 바꾸는 대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에 주는 교훈을 듣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참석한 많은 전문가가 일본 교육개혁 규모는 물론 그 철저하고 장기적인 준비에 놀랐다. 안자이 이사장에 의하면 이 계획을 수립하는 데만 중앙교육심의회에서 4년에 걸친 토론이 있었고 앞으로 7년 동안 점진적으로 대학입시부터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을 한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정권이 끝나면 흐지부지되는 단기적인 대책만 무성했다. 그러니 교육제도는 누더기가 되고, 정말로 근본적인 개혁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학자들도 일생을 한우물을 파기보다 유행에 따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니 노벨상을 탈 만한 획기적인 업적을 내지 못한다. 사실 이처럼 한우물을 파고 장기적인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하는 능력이 일본의 진정한 저력이 아닐까. 겉으로 나타나는 약삭빠름만 보고 일본을 무시하다가는 큰코다칠 일이다.
오세정 < 국민의당 국회의원 sjoh6609@gmail.com >